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의 쓴맛을 보았던 한 지원자가 4년 후 재도전해 TOP10까지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만약 이 지원자가 첫 번째 도전에 실패한 후 낙심해 도전을 멈췄다면 TOP10까지 오르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재도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탈락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 이를 개선하고 자신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고득점을 얻기 위한 노하우 중 하나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오답노트를 만들라는 것이다. 문제를 맞추지 못했을 때 왜 그 문제를 맞추지 못했는지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리해 두지 않으면 다시금 비슷한 문제를 풀게 되었을 때 지난번처럼 또 틀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틀린 문제를 왜 틀렸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숙지하게 되면 그와 같은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틀리지 않고 맞힐 수 있게 되어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적용된다. 문제가 생겼거나 실패를 맛보게 되었을 때 왜 문제가 생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여 해결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틀린 문제를 또 다시 틀리게 되는 것처럼 같은 문제와 실패를 계속 경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문제나 실패를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그것을 감추기에 급급할 때가 많다. 상대적으로 타인보다는 자신에게 관대해지기 쉽기 때문에 이건 누구라도 이렇게 밖에는 할 수 없었을 거야’ ‘다음에는 분명히 문제없이 잘 할 수 있어하며 실패를 들추고 이슈화시키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다.

특히 기업의 경우 실패를 은폐하려고 하면 어느 순간 실패의 악순환이 발생해 제대로 성장할 수 없게 되거나 심지어 망하게 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3M이나 IBM 같은 기업은 실패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적극 찾아봄으로써 지적 자산으로 삼는 실패관리를 경영기법으로 오랫동안 활용해 왔다고 한다. 또한, 핀란드 게임업체 수퍼셀(Supercell)은 실패를 경험으로 삼는 조직문화를 조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이 성공하면 간단한 맥주파티를 열지만 실패하면 실패에서 얻은 경험을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 파티를 연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조직문화 덕분에 직원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삼기 위한 방법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사람의 경우도 이와 같다. 업무상 겪게 된 실패를 이번에는 운이 없어서 그런 거야’ ‘내년에 했으면 성공했을 텐데 시기가 너무 빨라서 그랬어하며 운이나 시기 탓으로 돌려버리면 그 사람은 조직 안에서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실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겼기 때문에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되면 또다시 실패를 하게 되고, 언젠가 그 실패를 자신의 힘으로 감출 수 없게 될 때가 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실패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왕 한 실패라면 그 실패를 조직이나 자신이 발전해 나가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패도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실패가 두려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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