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진실을 말해 달라.

믿을 수 없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나같이 엉터리, 따로 똑같이 몰상식이다. 선박이며 선장이며 공무원들이며 모두 총체적 부실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최악의 집단살인행위였다. 몸서리쳐지는 일주일, 모두 울었다. 온 국민이, 온 바다가, 온 지구촌이 몸살을 앓았다. 모두를 슬픔과 분노의 맹골수도로 몰아넣었다.

, 사람, 시스템 다 문제였다. 노후화된 선박의 태생부터 시설 불량, 무리한 개조, 화물 과적, ‘빵점안전점검 및 보수, 짙은 안개 속에서의 출항 강행, 늑장신고, 운항 실수, 부실한 비상대피 매뉴얼, 선장과 선원들의 승객 대피 외면 등이 모든 것이 겹쳐진 안전후진국의 인재(人災)였지만 도대체 의문투성이다. 선장과 선원들은 탈출 비상벨도 누르지 않고 도망쳤다. 향후 똑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사고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적확한 파악과 일벌백계가 필수적이다. 무엇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누구라도 나서 한 점 거짓 없는 목소리로 정직하게 말해 달라. 진실고백에 임해 달라. 그것이 어떤 형태라도 상관없다. 양심선언이어도 좋고 기자회견이어도 좋다.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밝혀 달라. 국민은 가짜 아닌 진짜, 가공 없는 진상을 알고 싶을 뿐임에.

오호 통재라, 무엇보다도 가 엉터리였다. 당초 원인으로 꼽힌 급선회뿐만 아니라 배의 기술적 결함도 큰 문제였다. 급격한 변침(變針)’ 때문만이라는 추정은 성급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검경의 수사와 앞질러가려던 냄비언론이 만든 추리소설같은 가정(假定)이었다. 사고는 배가 기술적 결함을 고스란히 안은 채로 출항해 무리하게 운항한 데 따른 복합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음에.

수명이 다했다며 일본이 버린 배를 인수했다. 조선업 분야 세계정상급 선진국인 한국이 선령 20년인 폐선 직전의 낡은 여객선을 도입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배 구조를 입맛대로 개조했다. 증축공사로 정원 181, 무게 239톤이 늘어났다. 최대적재 화물량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화물을 실었다. 여객을 더 싣는 만큼 화물을 줄여야 복원성(급선회를 했을 때 배가 넘어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화물을 더 실었다. 평형수도 적게 넣어 배가 넘어지기 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1·2층에 실린 화물컨테이너와 승용차 등이 한꺼번에 한쪽으로 쏠리면서 제대로 쇠사슬로 완벽하게 결박되지 않은 화물이 이탈하고 그 여파로 배가 급격히 기울었다. 배의 무게중심도 높았다. 무게중심과 경심 간의 거리를 의미하는 GM이 불량했다. GM이 거의 제로 가까이 불량한 상태가 아니라면 조타를 크게 하더라도 선박이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음에.

불량 선박이었지만 수박겉핥기에 그친 안전검사가 부실을 부추겼다. 수밀문 작동불량, 객실 내 방화문 상태불량, 비상조명등 작동 불량,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상태 불량, 비상발전기 연료유 탱크 레벨 게이지 상태 불량 등. 침몰 때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수밀문도, 탈출을 위한 구명정도 안타깝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류상으로만 고치고 다 눈감아줬으니 선박검사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또한 안개 자욱한 인천항에서 무리하게 출항시켰다. 단체여행 상품을 놓치지 않으려고.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여객선이 영업위기에 처했음에.

해운업계에선 여성 인력의 승선을 꺼린다. 여성 승무원으로 어렵사리 3등항해사를 맡은 이가 있다. 25세의 커리어우먼 박모 씨. 다른 선박에 비해 박봉인데다 원래 기립자세로 일하는 힘든 근무여건 속에서도 1등항해사의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던 이다. 구속된 이 여성에게 더 이상은 돌을 던지지 말자. 배가 수면 위로 떠 있었는데 항해사나 조타수의 과실만 탓할 일인가. 키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돌아갔다고 하니 조타기 이상 가능성도 있다. 배가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불안하게 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운항 잘못에 앞서 배부터 원천적으로 문제였던 것이다. 새로운 증언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배를 개조하면 안 된다는 건의가 묵살당했다. 무리하게 배를 개조한 후 선원들이 불안해 배를 못 타겠다고 했다. 균형을 잡아주는 스태빌라이저가 작동불량이었다. 선원들이 수리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일본산이라 부품 공급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형수 탱크에도 문제가 생겨 침몰되기 훨씬 이전인 오전 740분경부터 이미 배는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고장난 배가 고쳐지지도 않았는데도 안전점검은 통과됐다

차디찬 주검이 돼 돌아온 영령들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승객들을 선실에 두고 자신들만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의 행위는 일차적으로 인식있는 과실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책임 방기나 불법 행위는 법령이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녀사냥은 안 된다. 음모는 또 다른 재앙임에. 결함투성이 배는 탓하지 않고 산 사람들만 섣불리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진실을 밝혀 달라. 선장이며, 선원들이여, 지금 무서운 거짓말 대신 당신들의 용기 있는 고백을 간절히 원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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