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우리는 5000년 역사를 가진 겨레라고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지 못하고 중국 한문으로 이름을 지었다. 그러다가 50여 년 전부터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한문 이름이 많다.

지난날엔 우리 글자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제 온 누리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인 한글을 가진 겨레다. 그리고 우리 한말글로 말글살이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 한말글로 이름도 지어야겠다. 우리말이 있고 우리 글자가 있는데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지 못한다는 것은 못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중국 말글로 이름을 짓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중국 한문을 들여다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朴赫居世, 乙支文德, 淵蓋蘇文” 같은 이름들은 한자를 썼더라도 우리식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라가 중국 당나라 문화와 제도에 푹 빠지면서 “金春秋, 金庾信”처럼 중국식으로 성씨에 두 글자로 이름을 짓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까지 150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李承晚 朴正熙”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 “이슬기, 정어지루, 김한빛나리” 같은 우리식 한말글 이름이 늘어나고 있다.

1945년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되면서 선각자인 정종 전 동국대 교수가 아들 이름을 ‘정어지루(목원대 명예교수)’, 음악가 금수현 선생이 아들 이름을 ‘금난새(음악 지휘자)’, 정치인 김철 선생이 그 아들 이름을 ‘김한길(국회의원)’이라고 지었다.

그런데 미국 군정 때인 그 때 정종 교수가 ‘정어지루’라고 아들 이름은 짓고 면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려니 받아주지 않더란다. 그래서 군청을 거쳐서 도청까지 가서 “우리 말글 이름은 안 된다는 규정을 내놓으라”라고 따지니 그런 규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호적에 올려주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뒤 대한민국을 세우고도 마찬가지 우리 한말글 이름은 동사무소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그것이 1967년 서울대국어운동대학생회(회장 이봉원)가 ‘고운 이름 자랑하기’란 한글이름 짓기 운동을 하면서 호적에 한말글 이름을 올리는 것이 자유롭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말글 이름을 짓고 있다.

나도 1968년 국어운동대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내 아버지가 지어준 李澤魯란 이름 대신 ‘이대로’라고 한말글로 새로 지어 호적까지 올렸다. 이 우리말 이름 짓기 운동은 5000년 역사에 빛나는 업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름은 중국식 한문으로 지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고, 요즘은 영문으로 회사나 건물 이름을 짓기도 한다.

회사이름을 “SK, LG, KT”라고 짓고 있는데 이것은 아무 뜻도 없는 수준이하 이름 짓기다. 한글로 “ㅅㅋ, ㅇㅈ, ㅋㅌ”으로 이름을 짓는 것으로, 웃기는 이름 짓기다.

신라 때 중국식으로 이름을 짓던 버릇이 오늘날 미국식 이름 짓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건 얼빠진 일이고 복 떠는 짓이다.

이제 우리 말글로 이름 짓는 교육도 하고 전문가를 키워서 우리 한말글로 좋은 이름을 많이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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