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거리는 말할 것이 없고 시골 읍내까지 영어 간판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영어 간판은 우리 말글을 더럽히고 죽이는 일일 뿐만 아니라 옥외광고물 관리법을 어긴 것이다. 외국인이 보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 국민이 보라는 간판이 외국어로만 쓰는 것은 법이 없더라도 잘못된 일이다. 거기다가 미국식 영문 창씨개명(일본식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하는 회사와 가게가 늘어나고 있어 큰 문제다.

일본제국 식민지 때는 일본이 강제로 일본식으로 땅 이름과 사람 이름을 바꾸게 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일본이 우리 겨레 얼과 뿌리를 죽여 없애려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스스로 미국식 영문 창씨개명을 하고 있다. 미국이 강제로 하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세계화를 내세우지만 부끄럽고 어리석은 일이다.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 제4장 표시방법을 보면 ‘제13조(광고물 등의 일반적 표시방법) ①광고물의 문자는 한글 맞춤법·국어의 로마자표기법·외래어 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로 돼 있다. 외국 회사나 점포 이름이 영문으로 되어 있는 때엔 어쩔 수 없이 영문을 쓰더라도 한글과 함께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거리 간판을 보면 외국 회사도 아닌데 영문으로만 쓴 것이 많다.

오히려 외국 회사는 한글로 쓰는데 우리 회사는 영문으로 쓴다. 올 1월 9일자 천지일보 보도를 보면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영국계 회사는 ‘더바디샵’이라고 한글로 간판을 달았는데 우리 회사는 ‘ARITAUM’이라고 영문 간판을 달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 보도가 있어서인지 지금은 한글로 ‘아리따움’이라고 바뀌었다. 다행이다.

종로 탑골공원 건너에 있는 외국 회사 버거킹은 ‘BURGERKING 버거킹’이라고 영문과 한글을 똑같은 크기로 함께 썼다. 이렇게 하는 것이 법을 잘 지킨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법을 어기고 영문만 쓰거나 한글은 조그맣게 쓴 곳이 많다. 스스로 식민지 근성을 가진 미개한 국민이라고 티를 내는 건지 답답하다.

중국 조선족자치주 연길 시내 간판은 ‘예쁜부인미용원 美夫人美容院’처럼 한글을 먼저 쓰거나 위에 쓰고 그 뒤나 아래에 중국 글을 쓰고 있다. 중국에 사는 동포들은 이렇게 우리 말글을 잘 지키고 사랑하는데 본국 사람들인 우리는 그렇지 않다. 마치 미국 언어 식민지가 되고 싶은지 영어 뒤범벅이다. 그 까닭은 우리 정신 상태가 잘못된 데다가 준법정신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제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니 답답하다.

이제 스스로 미국식으로 창씨개명을 하는 꼴을 보자. 처음엔 ‘선경’이란 회사가 ‘SK’로, ‘럭키 금성’이 ‘LG’로 이름을 바꿨다. 그 뒤에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공기업이 민영화한다면서 미국식 창씨개명을 했다. 체신부 전화국이 공기업이 되면서 ‘한국통신’이라 이름을 지었는데 다시 민영화한다면서 영문으로 ‘KT’라고 바꿨다. 일본 강점기에 우리 겨레가 피땀 흘린 보상금으로 받아 세운 ‘포항제철’은 ‘POSCO’로 바꿨고, 전매청이 공기업으로 바뀌면서 ‘담배인삼공사’이었다가 ‘KT&G’라고 영문으로 바꿨다. 개인 회사의 영문 창씨개명은 너무 많아 따질 수도 없다.

영문으로 이름을 바꾸면 국제 기업이 되고 사업이 더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간판을 단다고 돈이 잘 벌리는 것도 아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제 나라 말글만 더럽히고 겨레 얼만 죽이는 일이다. 이제라도 이 못된 버릇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겨레와 나라의 재앙이 될 것이다. 이제 국민은 스스로 제 겨레 얼인 겨레 말글을 더럽히고 죽이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하고 정부는 법을 지키도록 조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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