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시설 중에 역대 최고 감정가인 526억이 매겨져 법원 경매장에 등장한 판교신도시 충성교회 전경. (사진제공: 대법원)

교회대출 연체율 반년 만에 두 배 급증… 수협 9배 최고
경매 나온 종교시설 5년간 1280건… 80% 교회·기도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교회가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교세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교회건축(또는 증축)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게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교회의 대출금 상환은 사실상 신도들의 몫이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도들이 감당해야 한다. 또 일부에서는 신도들에게 대출을 요구하는 일이 자행되는가 하면, 돈을 갚지 못한 신도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교회대출 현황’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국내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이 모두 3659건(지난 6월말 기준)에 4조 5107억 원이며, 건당 평균 대출 잔액은 12억 3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가 매월 은행에 갚아야 하는 이자(담보대출 연 5% 기준)만 188억 원이다.

교회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은행은 1조 5400억여 원을 빌려준 수협은행이다. 이어 우리은행(7326억 원), 신한은행(6730억 원), 농협(6309억 원), 하나은행(2380억 원) 등 순이었다.

개신교계가 교회건축 등을 이유로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발생한 대출 연체율이 반 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일부 은행은 최고 9배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국내 은행(시중·지방·특수은행 포함) 18곳의 교회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3%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0.97%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수협은행의 연체율은 2.16%로 지난해 말(0.24%)에 비해 무려 9배나 급등 했다. 수협은 다른 은행보다 대출 문턱이 낮다. 신도 수 150∼300명 이상이 되면 돈 을 빌려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교회 신·증축 공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금융권이 이를 틈새시장으로 판단,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 부은 결과로 풀이된다.

중형교회도 대출을 받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속되는 경 기불황의 여파로 대출금 상환 능력이 약화 된 교회가 증가하며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협은 목동 제자교회에 대출금 227억 원을 빌려주었으나, 이 가운데 일부 만기상환금을 교회가 지속적으로 연체하자 교회 재산 및 연대보증인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 하겠다는 독촉장을 지난해 보내기도 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추가적으로 교회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며 “대출금 규모가 큰 대형교회 등이 경영난으로 대출 금 상환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 연 체율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재정난에 문 닫는 교회, 경매 급증

문제는 교회의 재정난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신도 수를 늘려야 하나 한국교계 전체적으로 양적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개신교인들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교회 간 수평이동이 심화되는 현상 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교회 사이에 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른 후폭풍 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재정난으로 대출금 을 갚지 못해 교회가 속속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중·대형교회들의 부도사태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나온 교회 는 100여 건에 달했다. 교회대출 대부분은 건축비가 차지한다. 여러 교회들이 과도하게 빚을 내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하다 경매에 내몰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는 2007년 8층짜리 대형건물 신축과 재개발이 유력한 건물에 투자하기 위해 7년간 총 950억 원을 대출 받았다. 현재는 교회부지가 경매로 넘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신도 131명은 집 등을 담보로 80억 원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해 담임목사와 당회 장로들을 업무상 배임·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 교회는 해외선교를 목적으로 캄보디아 땅 450만 평을 63억 원에 사들였고, 퇴직을 앞둔 담임목사의 위로금으로 30억 원을 책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 판교신도시 충성교회 신축에 280 억 원의 대출을 쏟아 부었던 것도 대표적 인 부실대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교회 는 종교시설 중에 역대 최고 감정가인 526 억이 매겨져 법원 경매장에 등장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경매는 유찰돼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기독정보넷 등 10 여 개 교회매매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이들 사이트에 올라온 매매·임대 등 의 광고를 낸 교회들만 1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 ‘태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종교시설 경매 건수는 1280건 (교회, 성당, 사찰 등 포함)에 이른다. 지난 해 312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1~7 월 말 기준) 누적된 경매 물건만 191건이 나왔다. 경매로 나온 물건 중 80~90% 정 도가 교회, 기도원 등 개신교 시설로 추산 되고 있다.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김상구 사무처장은 “미국의 유명 대형교회인 수정교회 파산 사례에서 보듯 종교단체 대출이 부실하면 그 피해는 결국 신도에게 돌아간다”며 “종교단체의 운영 및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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