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발표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정부는 탈핵 정책을 수립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힘써 주길 촉구한다.”

천주교가 핵발전 정책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 17일 정부에 탈핵 정책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공개했다.

주교회의는 담화문에서 “핵발전이 우리나라와 세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미래 세대에 큰 재앙을 물려준다는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며 “핵발전 문제는 이해득실에 따른 정책적 타협이나 강요된 희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또 주교회의는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국민 모두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절제와 희생을 포함하는 결단을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며 “지금 상황은 개개인의 이득을 따져 대안과 시기를 가늠할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당장 결단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는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책자에서 핵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소개하고 왜곡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핵사고의 심각성, 핵산업의 찬반양론을 균형 있게 소개했다.

이 책은 “핵 문제는 안전, 환경, 경제, 대안 등을 주로 다루지만, 핵기술은 미래 세대와 생태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생활환경이기 때문에 비민주성과 불의, 진실 왜곡 등 사회적 함의와 반평화성까지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교회의는 책에서 ‘원자력발전’ 대신 ‘핵발전’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핵분열과 융합 과정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은 원자력 발전이 아니라 핵발전”이라며 “‘원자력발전’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성과 가공할 파괴력, 회복 불가능한 영구적 폐해가 주는 공포심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지금은 개개인의 이득을 따져 대안과 시기를 가늠할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환경을 살리기 위해 결단해야 할 일”이라며 “닥쳐올 위험을 모르고 당장 풍요로움에 만족하는 성경 속 어리석은 부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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