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에  법인카드 남용, 성과급잔치까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과학기술인공제회가 낙하산 인사와 법인카드 남용, 외유성 해외출장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과학기술인공제회(공제회)로부터 제출받은 ‘임직원 급여 지급 내역 및 해외 출장 현황’과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도덕 불감증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전‧현직 임원 100% 낙하산 인사

현재 임원들과 전직 임원들은 모두 과학기술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출신으로 퇴직 후 공제회로 임명되는 형태의 전형적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다.

초대 이사장인 이승구 이사장은 과기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2대 조청원 이사장 역시 과기부 출신으로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을 지냈다. 현직인 김영식 이사장도 교과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출신으로 2011년 신설된 상근이사 자리도 교과부 부이사관 출신이 차지했다.

특히 조청원 전 이사장은 이사장 재직 중에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외곽조직인 포럼 ‘오래’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활동을 금지한 과학기술인공제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공제회 측은 일반 기관장 수준의 급여로 금융전문인의 섭외가 어려워 과기부 출신 임원 임명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이사장 연봉은 2011년 1억 1211만 원에서 2012년 1억 4100만 원으로 25.7% 상승했으며 이사 연봉은 1억 2000만 원이다.

성과급 잔치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정규직원 26명을 대상으로 1억 5753만 원이 지급되어 1인당 평균 606만 원씩 나눠 가졌다. 임원을 제외한 정규직원 26명의 평균연봉이 5341만 원임을 고려하면 연봉의 1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이다.

◆“임직원, 법인카드 쌈짓돈처럼 사용”

법인카드의 남용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공제회는 임원 2명을 포함해 정규직원이 28명에 불과하지만 법인카드는 무려 17장을 발급받아 2011년, 2012년 각각 2억여 원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휴일을 제외한 250여 일 동안 법인카드로 매일 80만 원가량을 사용한 셈이며, 임원 2명을 포함한 28명의 정규직원이 1년에 714만 원씩 사용한 꼴이다.

법인카드는 주로 강남의 여러 특급호텔, 고급 한정식집, 일식당, 술집 등에서 접대비와 식사비로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 화장품, 의류, 상품권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기록도 확인했다.

법인카드를 쌈짓돈처럼 쓴 것도 모자라 외유성 해외 출장에도 사용한 드러났다. 공제회는 2011년 임직원 해외출장 6건에 5000여만 원을 지출했는데, 11월 미국을 다녀온 조청원 이사장 혼자 한 해 출장비의 절반 정도인 2352만 원을 사용했다. 출장 사유는 ‘선진국 복지체계 및 자산운용 동향 조사’였다.

2012년에는 전년도 대비 2건이 증가했지만 비용은 32%나 증액된 6600만 원을 지출했다. 임기를 2달 남겨 놓은 조청원 이사장은 5월 스웨덴과 핀란드를 방문하면서 출장비 총액의 절반이 넘는 3740만 원의 경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출장 목적은 ‘선진국 과학기술인 복지 및 국제교류 협력 추진’이었다. 출장비는 출장계획 기안으로 선지급됐고, 사후 경비사용 영수증 등 증빙서류 첨부는 생략됐다.

이에 대해 공제회 측은 현재 이사장은 아직 단 한 번의 해외 출장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무실 임대료에 예산 10% 쏟아부어

막대한 사무실 임대료 지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제회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역삼동 아세아타워사무실은 보증금 11억 8020만 원이며 매달 7000여만 원(연간 8억 4000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제회의 2013년 운영예산이 97억 원임을 감안하면 예산의 10% 정도를 사무실 임대료로 지출하는 셈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투자회사가 서울 강남, 여의도에 몰려있어 연금의 운용을 위해 강남 사무실을 임차해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분담금을 내고 있는 출연연의 관계자는 “공제회가 엄청난 임대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서울에 있어야 할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최민희 의원은 “올해 예산이 100억 원도 되지 않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 낙하산 임원, 쌈짓돈 법인카드, 성과급 잔치, 외유성 해외 출장, 과도한 임대료 등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방만경영 사례가 총집합해있어 가히 모럴 해저드의 종결자로 불릴만하다”며 “낙하산 금지, 사무실 지방 이전과 투명한 예산 운영 등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효율적인 공제제도를 확립해 과학기술인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2003년 5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했으며, 현재 3만 3000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자산규모는 2조 원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04개의 기관에서 관리비용분담금을 공제회에 납부하고 있으며 2011년 11억 8300여만 원, 2012년 13억 5000여만 원이 징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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