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를 이용한 국회의원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질의가 쏟아졌다. 국감장을 무대 삼아 국회의원들이 1년간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란한 감사가 시작된다. 5~7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고 피감기관 혹은 증인에게 질의를 쏟아내는 모습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한 편의 드라마다.

착실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충분한 자료를 통해 질의를 진행한 후 피감 대상으로부터 문제를 개선할 훌륭한 답변을 얻어내는 의원도 물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수박겉핥기형·자기과시형·현장학습형 등으로 일관하는 의원들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기 위해 수박 겉핥기식 내용과 질의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가 하면, ‘나는 네가 어제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영화 제목을 흉내라도 내듯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만 쏟아내며 감사대상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네, 아니요’만 강요하는 자기과시형 의원, 차마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 보좌관이 만들어준 자료를 더듬더듬 읽어가며 질의하는 현장학습형 의원까지.

이러니 감사를 받는 쪽에서도 ‘국감만 넘기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피감기관과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이 더 이상 국정감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국민이 국감을 통해 비리가 사라지고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길 기대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왜 개선하지 않았나, 증인이 국회를 우습게 본다’는 말을 하기 전에 누가 국정감사의 권위를 떨어뜨린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감사(監査)다운 감사를 하자. 감사 대상보다 더 확실한 자료와 날카로운 질의로 잘못을 지적한 후 충분한 해명과 대안을 듣자. 그리고 국감이 끝나서도 진행사항을 면밀히 감시하자.

내년 국감현장에서는 또 똑같은 증인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질의를 늘어놓는 수박겉핥기형·자기과시형·현장학습형 의원들은 보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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