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 ‘032-777-8500 인천중부경찰서 출석요구서가 발송됐으니 확인바람 사건번호 ×××××××× m-police.co.kr’
자칫하면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스마트폰 화면의 홈페이지 주소를 누를 뻔했다. 얼마 전 일이었다. 외출중인 필자에게 인터넷 주소를 클릭해보도록 유혹하며 날아온 ‘거짓 문자’는 정말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난데없는 출석통보였다.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바로 스마트폰 화면에 첨부된 속임수 ‘링크 url’을 클릭해보려다 꾹 참았다. 필자가 꼭 무슨 범죄행위에 연루된 듯한 생각부터 떠올랐다. 사기꾼들의 범죄행위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얼마 후였다. 그보다는 ‘혹시 내가 과거에 인천에서 교통위반이건 무어건 잘못한 행위는 없었나’ 하고 스스로 반문해본 게 먼저였다. 한참 불안해하다 집으로 귀가해 PC를 통해 확인해보니 문자로 날아온 인터넷주소는 실제 인천중부경찰서 홈페이지 주소가 아닌 가짜였다. 해당경찰서 ‘진짜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았다. 그러나 확인이 쉽지 않았다. 필자가 받은 안내문자가 사기꾼들의 속임수 문자인지 아닌지.

고민하다 ‘112범죄신고전화’에 연결해 문의해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바로 요즘 날뛰고 있는 사기범들의 신종 수법이어서 현재 수사 중이라는 답변이었다. 스마트폰 메시지를 클릭하면 화면이 넘어가면서 자동결제가 되니 조심하라는 경찰관의 안내를 듣게 된 것이었다. 필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수사 중인 ‘스미싱’이라면 뜨끔한 출석요구에 겁먹어 낯선 링크를 누르는 사람들이 나오기 전에 빨리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것.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들이 무심코 클릭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텐데 왜 경찰서 홈페이지에는 경고 문구 하나 없느냐는 것. 혹시라도 실수로 눌렀으면 앱 설치 창이 뜨는 즉시 취소 버튼을 눌러 설치 과정을 중단해야 하겠다. 이동통신사 고객센터(114)에 전화해 소액결제 한도(30만원)를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인천중부경찰서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다행히 경고 문구가 담긴 팝업창이 올려져 있었다. 최근 해당 사기꾼도 검거됐다고 하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수사하는 사이에도 가짜 링크에 접속해 돈을 빼앗긴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유사한 범죄 행위가 근절될지도 의문이다. 범죄가 발생하면 곧바로 예방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신고 받은 즉시 사기꾼이 출석하라고 거짓으로 내세운 해당 기관에 연락해 홈페이지에라도 속임수 문자에 대한 경고문이 게시되도록 하는 등 신속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시민의 신고 정신도 필요하고 이에 따른 당국의 대응 발걸음도 더욱 빨라져야 하지 않을까.

# “딩동~”
초인종 소리도, 현관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것도 아니다. 밤낮으로 쉴새 없이 울린다. 한밤 취침 시간에도 단잠을 깨우기 일쑤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차별적으로 침해하는 스팸문자메시지 수신음이다. 대출, 도박, 대리운전, 동영상 등등.

짜증나도록 가장 많은 게 대출상담 안내. 스팸 발신자는 대출 등 일반적인 단어로 발신할 경우 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ㄷ ㅐ출’이라고 하거나 특수문자, 영문 등을 혼합한 여러 형태로 문자를 발신한다. 수신거부를 해두면 다시 다른 번호로 바꿔 문자를 보낸다. 거부하기 위해 파란 밑줄 위에 ‘수신거부’라는 말과 함께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하면 오히려 통화가 연결된다. 문자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통씩 ‘대출’ 전화가 걸려오면서 불쾌하고 불안해진다. 혹시 휴대폰 번호 등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디로 새어나간 것은 아닌지, 프라이버시가 침해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누군가 자신의 알몸을 빤히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개인 인적 사항을 다 알고 전화하는 것 같다. 그래서 “왜 제게 전화하셨나요? 제 번호를 어디서 알았나요?”라고 묻지만 상대방이 그만 뚝 끊어버려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도박 사이트 소개도 끊임없다. ‘기계가 미쳤어요’ ‘사장님바다입니다 껨아시죠? 썹.스5만출발요 ♥CCR 56.KR’ ‘영등포매장5년 운영 단속이 심해 온라인오픈 회원님만 10먄증 Mb759.com’  등인데 참 끈질기고 집요하다. 대리운전이나 성인동영상 안내 문자도 밤낮 가리지 않고 이어진다. 일일이 ‘메시지 삭제’를 찾아 지우기도 귀찮고 힘겹다. 

스팸 문자를 받으면 스마트폰 내장 기능이나 차단 앱을 활용해 신고해 당국이나 통신 사업자가 빨리 대처하게 해야 한다. 발신자 번호 조작으로 게릴라처럼 괴롭히는 문자 메시지 공해. 발신자 번호 조작을 못하게 해야 할 텐데 관련 법규가 아직 정비되지 않고 있다. 마치 거리를 걸어갈 때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귀가 찢어질듯 울리는 자동차 클랙슨과 마찬가지다. 시민의 고발정신과 법적 기술적 대응을 병행해 함께 격퇴해야 할 문명의 공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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