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14일부터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해로 25년째인 국정감사는 이번에 63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다. 규모가 늘어난 만큼 졸속 시행 우려도 크다. 게다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공방 등 초대형 이슈가 즐비해 ‘정쟁국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국민이 원하는 바도, 정치권이 지향해야 할 태도도 결코 아니다. 여야 당리당략에 민생이 사라지고 정치 혐오감만 남는 국감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

이번 국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8개월을 평가하는 자리다. 잘된 점은 격려하고, 잘못된 점은 지적하고 바로잡아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치도록 하는 게 국감 본연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국감은 전년도 국감 때보다 더욱 치열한 정치공방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대화록 파문 외에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4대강 사업, 동양그룹 사태, 세제 개편안, 전월세 등 부동산 대책, 무상보육 문제 등 쟁점 현안이 수두룩하다.

자칫 잘못하면 그야말로 정쟁만 남는 국감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물론 여야 모두 민생국감을 외치고 건설적인 국감 진행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매년 진행됐던 국감을 들여다보면 이런 다짐이 말 그대로 구호에 그치기 일쑤였다. 야당은 발목잡기와 정치공세로 일관했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데만 급급했다. 국감 곳곳이 파열음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국감장에서도 명확한 문제 제기나 합당한 대안 제시 없이 그저 증인에게 다짜고짜 호통만 치려는 모습이 연출돼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에도 같은 모습이 되풀이될까 우려된다. 새누리당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민생, 경제, 일자리 3대 원칙을 세웠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민생, 약속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 여야 공히 민생을 주장하고는 있다. 그런데 국감 진행 과정에서 당리당략이 앞서면 국감은 언제든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정말로 국민을 위하고 생산적인 국감을 위해서라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고집해서도, 무조건 정부를 감싸기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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