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의 총부채 규모가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넘은 100조 1739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2011년보다 6조 2625억 원이 늘어난 것인데,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이 원인이겠지만 지자체에 대한 정부의 홀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자주재원의 주(主)수입원인 지자체의 입장에서 보면 직원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원칙적으로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할 국가사업이나 복지재원까지 국비보조금 부담이라는 명목으로 지자체가 떠안고 있으니 지방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다.

국가사업이 결정되면 지자체는 일정률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지방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복지정책은 매칭 사업 방식이라 지방재정 형편과 상관없이 지자체가 일정 부분을 분담해야 한다. 지역개발사업을 위한 국비 지원비는 재정상황이 어려우면 그만두면 되겠지만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복지제도는 강행규정이고, 또한 관할 지역 주민들에게만 시혜하지 못할 경우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생기니 다른 자체사업을 폐지하고서라도 억지춘향격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요즘 국민 관심사인 복지정책이 확대되면 지자체가 지방비 일정액을 확보해야 되므로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행정부 자료에 의하면 지자체가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비 등 3가지 복지 사업에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는 3조 9740억 원이고, 2015년에는 더욱 늘어나 5조 1018억 원 규모다. 17개 시·도가 올해보다 추가 부담해야 하는 재원은 모두 1조 9248억 원에 이르는데 그중에서 경기도가 3719억 원, 서울시가 3081억 원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시행시기가 미뤄진 고교 무상 교육, 대학 반값 등록금,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등 공약마저 시행될 경우에는 현재의 지방재정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지방세수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복지에 필요한 예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앞으로 지자체가 재정 압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려주는 빨간 경고등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재정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방재정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복지를 실현할 수 없는 ‘복지 디폴트’가 현실화될 우려도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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