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전쟁의 이유라고?

▲ KIDA가 발표한 지난 2012년 기준 세계 분쟁 국가 중 파키스탄, 태국,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레바논, 이집트, 수단, 이란 등 13개국 정도가 분쟁 원인에 종교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 포진해 있다. 올해 종교 분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이슈가 된 국가는 아제르바이잔, 케냐,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미얀마, 이집트, 인도, 스리랑카, 시리아 등 8개국가량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기독교’ 유럽 폐허 만든 전쟁 유발
지구촌 곳곳 종교 얽혀 분쟁 발생
사상자·난민 등 인명 피해 심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마다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종교문제가 분쟁과 맞물리면 당사자 간 갈등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올해도 아제르바이잔, 시리아, 케냐, 나이지리아, 이집트,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종교를 이유로 하는 분쟁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5세기가 지난 오늘날 유럽의 종교전쟁은 멈췄지만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유혈사태를 동반하는 종교분쟁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

중세 유럽엔 기독교가 종교전쟁의 중심에 있었지만 지금 지구촌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가 분쟁에 얽혀 있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분쟁이 잦다.

◆종교분쟁 속 인명·재산피해 극심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종교분쟁은 유혈사태를 동반하며 극심한 인명‧재산 피해를 남기고 있다. 물리적인 피해만이 다가 아니다. 유가족과 이웃 등이 입은 정신적인 충격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규모는 추산하기조차 어렵다.

종교분쟁은 특히 기독교인-무슬림 간 마찰로 발생한 사례가 잦다. 이달만도 두 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가 테러공격을 가해 시민 68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무슬림들은 희생되지 않았다. 알카에다가 쇼핑몰을 공격하기 전 무슬림들은 전부 풀어줬기 때문이다. 케냐의 기독교인은 82.5%, 무슬림은 11.1%이다.

같은 날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의 한 교회에서도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78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파키스탄은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이며 기독교인은 2%에 불과하다. 기독교인들은 빈곤층으로 극심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수백 명의 기독교인들이 폭탄 테러 규탄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3일 아제르바이잔은 종교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외국인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 지역은 옛 소련 시절 행정구역 편의를 위해 기독교인(80%) 지역을 이슬람교 지역으로 편입시키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러시아군 철수 이후 기독교인들의 반발로 전면전이 벌어져 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에 도 나이지리아 중부 타라바주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충돌해 39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

불교인과 무슬림 간의 유혈사태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 분쟁도 있다. 지난 3월 20∼21일 메이크틸라를 중심으로 불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사태가 벌어져 250여 명이 사망하고 14만 명이 난민 처지가 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로힝야족 등 무슬림들이다.

이집트에서는 최근 콥트교회 2~3곳이 이슬람 세력의 공격을 받았고, 콥트교인 2명이 살해를 당하고, 콥트교인들의 집과 상점 수십 채가 불에 탔다. 콥트교는 이집트 전체 인구 중 약 10%를 차지하며 지난 2011년 시민혁명 이후 무슬림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인도 북동부 아삼주에서는 무슬림과 힌두교도 간 한 달 이상 계속되는 종교 분쟁 때문에 지난달 중순까지 80명이 사망하고 40만여 명이 피난을 떠났다. 이곳에서는 힌두문화에 동화된 아삼주 토착민인 보도족(族)이 이웃국 방글라데시에서 무슬림 교도들이 급격히 유입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역사 속 종교전쟁… 유럽이 ‘화약고’
중세시대 기독교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촉발된 종교전쟁은 유럽을 폐허로 만든 어두운 역사로 기록됐다.

일례로 ‘30년전쟁(1618~1648년)’ 후 유럽에는 ‘더 이상의 종교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을 정도다.

30년전쟁은 기독교 내 유혈 전쟁의 끝장 판이다. 이 전쟁 후 칼뱅 파가 루터 파, 가톨릭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됐다. 당시 유럽은 종교전쟁으로 피에 물들어 있었다.

이미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 200여 년에 걸쳐 벌어진 십자군 전쟁으로 많은 병력이 손실됐다. 십자군 전쟁은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무슬림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전후 8회에 걸쳐 감행한 원정을 가리킨다. 이면에는 유럽의 중동 진출과 아랍인이 장악하고 있는 무역권을 빼앗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11~13세기 십자군전쟁의 격전지가 중동이었다면 16세기 종교전쟁터는 유럽이다. 1523년 취리히를 중심으로 발생한 종교개혁운동으로 신‧구교가 대립해 유럽이 피로 물들었다.

1529년 카펠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졌고, 초반에는 그리스도교의 우세로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카펠화약이 맺어지기도 했으나 1531년 가톨릭 측이 오스트리아의 지원을 받아 공격해 그리스도교군이 참패했다. 이후 스위스에서의 종교개혁 운동은 일시 좌절상태에 들어갔다.

약 30년 후 발생한 위그노전쟁은 프랑스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36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신교와 구교 간 갈등으로 촉발됐다. 이 전쟁은 신교도인 위그노의 세력이 커지면서 정치세력화하자 구교의 반발로 일어났다. 위그노전쟁은 앙리 4세가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낭트 칙령을 발표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사람들이 종교를 이용해 전쟁을 하는 것”
미국의 국가대테러센터 2011년 테러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 70개 국가에서 1만 건 이상의 테러가 일어났다. 4만 5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이 중 1만 2500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이슬람권 국가들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은 종종 자신들의 신앙을 전쟁의 이유로 내세운다. 키란 발리(Kiran Bali) UN NGO URI(United Religions Initiative) 국제의장은 종교인이 경서대로 신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경계했다.

키란 발리 국제의장은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종교가 원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경서에서는 전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종교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종교를 이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이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종교를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종교를 이용해서 전쟁이 괜찮다고 생각하게 한 것”이라며 “경서대로 살면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키란 발리 국제의장은 “자기 종교를 위해서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경서를 보면 폭력을 사용하지 말고 평화를 위해서 일하라고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가 종교인이라고 말하지만 행동을 보면 종교인이 아닌 것 같다”며 “많은 종교가 있지만 공통된 가치관 즉 ‘사랑’ ‘평화’ 등을 찾아서 추구한다면 하나로 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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