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 4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기획‘ 전쟁과 평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쟁과 내전을 경험한 각국 국민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를 통해 전쟁종식의 필요성과 세계평화를 위해 각국 국민과 국제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를 짚어봤다.
“말로 어떻게 다 설명하나…” 종군기자가 겪은 6.25
“현실과 영화는 정말 다르다”
전방서 사진찍으면 ‘간첩’ 몰려
6.25때 로이터통신 기자로 활동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일단 살고 봐야지. 전방에서 카메라 들고 사진 찍고 다니다가는 간첩으로 몰리기 일쑤야. 그리고 당시 카메라가 어디에 있나. 또 전쟁 중에 필름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지. 카메라는 멋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미군들이나 갖고 있었던 사치품이었어. 사진을 찍어도 현상할 곳은 또 어디에 있느냐는 말이야.”
영화 속 종군기자는 목숨을 걸고 총알을 피해가며 사진을 찍고 기사를 써내려가는 모습으로 종종 묘사된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6.25 전쟁 당시 한국인 기자로서 일을 감당해내는 것은 보기 좋은 영화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기자이기 전에 그도 전쟁 중 살기 원하는 한 사람이었다. 사람 냄새가 난다.
로이터통신 기자로 유엔군과 국군 부대를 오가며 전장을 누빈 유엔한국참전국협회 지갑종(87) 회장을 만났다. 여의도 지 회장의 사무실은 백발로 변한 그의 세월을 보상이라도 하듯 그가 모아온 각종 6.25관련 자료로 가득하다. 전쟁 당시 상황을 알려달라고 하자 “말로 어떻게 다 설명하나. 전부 말할 수가 없어… ”라며 잠시 숨을 고른다.
“6.25 직후 공산당에게 잡혔어. 중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잡혀가는데, 연희전문학교 시절 운동권 전력 때문에 중범으로 취급돼 손이 뒤로 묶였어. 결박된 상태로 트럭에 실려 갔는데, 친구 중 하나가 그 모습을 보고는 ‘요령 좋게 인민군에 붙었다’고 소문을 내 오해받았지.”
트럭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손 때문에 인민군과 한 통속이 된 것으로 비쳤던 것이다. 그는 한동안 빨갱이로 몰려 곤욕을 치렀다. 또 인민재판을 받으면서도 위기를 겪었다.
“인민군이 물었어. ‘6.25 전에 뭘했냐’고. ‘여순 반란 사건 때 앞장서서 데모했다’고 말했지. 점수를 딴 줄 알았더니 딱 걸렸어. ‘의거’라고 해야 하는데 ‘반란’이라고 해서. 변명하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어(웃음). 세상을 이렇게 살았어…”
그는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지원군을 보내준 유엔 참전국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해방 이후 관련 사업들을 펼쳐나갔다. 유엔 참전국과의 관계가 특히 돈독하다.
1958년 연합신문 정치부 차장 시절 유엔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 고향에 있던 과수원을 팔아 마련한 경비로 유엔 참전국 16개 나라를 모두 순방했다. 그는 취재 당시 만난 각국 참전용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1963년 유엔한국참전국협회를 창설했다.
이후 각국 참전기념비 건립 작업에 착수해 필리핀 참전비를 시작으로 영연방 4개국(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참전비를 세웠다. 사재를 털어 진행했다. 영연방 4개국 참전비 건립 이후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1975년 16개 참전기념비가 모두 완공됐다. 이후 유엔참전군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지 회장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여생은 그동안 경험한 노하우를 빨리 전수하고, 또 후대에 남길 수 있도록 기록물 정리에 착수하고자 한다”며 “끝은 없다. 한 시대가 가고 또 한 시대가 올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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