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장군 채색분석해보니
제2, 3영기싹 대담하게 표현
항아리는 모두 만병이고 보주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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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지금까지 학봉리 가마 분청자기 파편들에서 그 놀라운 조형언어의 형태소들을 살펴보았다.

잠시 동학사(東鶴寺)와 관련지으며 동학동(東鶴洞)이라 부른 적이 있으니 혼동하지 말기 바란다. 필자가 찾아낸 4가지 형태소가 세계를 넘어 인류의 조형예술품을 모두 풀어낼 수 있다고 확신이 서 있을 즈음, 학봉리 가마터 발견 파편에서 그 형태소가 명료히 간결하게 붓으로 명료하게 표현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해서 정리해서 보여드려 왔다. 이번에는 파편이 아닌 온전히 형태들 지닌 분청자기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감상해 보기로 하자. 여러 번 강조해 왔으므로 몇 번쯤 밑그림을 그려서 채색분석을 해본 경험이 있었을 터이므로 그런 작품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십여 년 동안 찍어둔, 조선시대 학봉리 가마에서 만들었음에 틀림없는 철화 분청자기들의 파일들을 열어 몇 점 선정하고 밑그림 그려서 채색분석하는 동안 기적이 일어났다. 필자에게는 가슴 미어지는 기적인데 아마도 정독하며 채색분석하신 분들은 함께 기적을 동감하실 것이다. 연재가 한 해 넘어 7개월 되었으니 오랜 세월이라 할 수 있고, 여러분도 이제 도자기가 보일 것이다. 전공자들은 아직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 대하는 새로운 용어들은 필자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선 그 수많은 도자기 가운데 생생한 필획의 붓질을 보여주는 것은 조선시대의 학봉리 가마의 철화 분청자기뿐이리라. 그런데 고려시대에도 철화 청자들이 많지만, 이 연재에서 다루지 못했다. 고려 상감청자보다 이른 10세기에 시작되어 12~13세기에 전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미 그 문양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였으나 다음 기회로 미룬다. 그런데 고려 철화 청자는 비록 붓으로 그린 철화 청자가 있다고 해도 필획이 자유롭지 못하고, 공예적으로 문양을 정교하게 그린 것이라 학봉리 철화 분청자기에서처럼 생동감이 없다(도 1).

그러나 계룡산 기슭에서 만든 조선시대 철화 분청자기에는 문양들을 불화에서처럼 생동감 있게 역동적으로 기운생동을 그대로 살렸기에 철화 청자와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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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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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몇 점 선정하여 채색분석하는 동안 문양들이 첫눈에 매우 소략해 보였는데 막상 그려보니 아, 이렇게 멋진 걸작들이 있었던가. 나의 눈동자는 놀라움으로 점점 커져가는 느낌이었다. 이건 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우선 술장군을 살펴보고 채색분석하면서 제2영기싹과 제3영기싹이 이렇게 대담하게 표현되고 있다고 감탄했다(도 2-1, 도 2-2). 술장군은 특이한 형태의 자기다. 그런데 편병에 필자가 매일 그려보는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이 있는데, 병 표면에 똑같이 전개하고 있어서 마치 전생에 학봉리 마을에서 태어나 도공이 되어 직접 그린 것 같아서 기적이라 말하는 것이다. 수십 년간 그려보았던 제3영기싹의 전개가 군더더기 없이 일필휘지로 그려져 있다. 편병에 그려진 가장 단순한 영기문을 그대로 그려보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채색분석한 후에 항상 그래왔듯이 단순화해 보았다(도 3-1, 도 3-2, 도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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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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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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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그다음 좀 더 복잡하게 전개하는 병을 보고 더욱 놀랐다(도 4-1, 도 4-2). 그 복잡한 영기문을 밑그림 그리는데 항상 그려보았던 전개방법과 같은 것이라 순식간에 그려보는 나 자신에 매우 놀랐다. 불화를 그렸던 승려장인은 영기문의 전개원리를 정확히 파악하여 자유자재로 전개시키고 있다. 더구나 붓놀림이 기운생동하며 백토분장 위에 일필휘지로 그려서 아마도 한국 도자사에서 괄목할만한 작품들이리다. 현대 회화가 어찌 이를 따라가랴. 모두가 걸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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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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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채색분석하여 보니 더욱 놀랍다(도 4-3). 다른 면의 영기문도 마찬가지다(도 4-4, 도 4-5). 이런 문양을 보고 놀라야 도자기를 볼 줄 알고 파악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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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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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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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26

이제는 도자기를 순수한 눈으로 예술작품으로 대하며 감상의 경지에 들어야 한다. 전통 예술에 대한 해묵은 그릇된 지식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견지에서 바라보되 감상자는 그동안 예술작품을 올바로 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 천천히 작품을 음미하여 보고, 채색분석도 해서 체험해 보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작품은 보지 않고 설명한 것만 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자언어는 익숙하지만 조형언어는 낯설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형언어를 문자언어로 바꾸어 쓰면 더욱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항상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깊은 곳까지 이끌어줘 온 하늘의 손길을 느낀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기에 갈망의 내 손을 붙잡아 이끌어 준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늘 감사의 마음뿐이다. 어찌 나 혼자 힘으로 인류가 창조한 조형예술품을 모두 풀어내는 형태소, 즉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 보주>라는 조형언어를 찾아낼 수 있었단 말인가.

단지 그릇이 아니고 <만병(滿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필자가 세계 최초로 밝힌 절대적 진리인 <보주>를 증명해 보이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지만, 실은 이제부터다. 거슬러 올라가 특히 중국의 신석기시대 도기와 우리나라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도기를 다루어야 한다. 이런 항아리들은 모두 만병이고 보주이다. 철화 분청자기 표면에 그려진 제1, 제2, 제3영기싹은 만물생성의 근원이므로 <물>을 상징한다. 항아리 안에는 그런 물이 가득 차 있어서 기득할 만(滿)이란 한자를 써서 만병이라 부르는 것이고, 그 안에 가득 찬 물이 넘쳐흘러서 그 표면에 갖가지 영기문을 표현해 놓았다는 것임을 이미 증명해 왔다. 이런 인식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관찰하고 분석해 왔는지 모른다. 이런 결론이야말로 세계 모든 도자기에 해당하는 보편적 진리이므로, 세계 도자사 연구에 새로운 시발점을 제시하는 혁명적 연구 성과라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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