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국회의원실에서 인턴 수습을 경험한 지방의 여고생이 그 기간 느낀 점을 지방신문에 발표해 호응을 얻었다. 글의 요지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인 한국이 정치 수준에 있어 후진국에 머무는 이유는 정치인들과 국민 모두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정치판을 흐리는 데는 국민들이 한 몫 한다는 것인데, 정당이야 자기 이익을 챙기려 상대를 헐뜯고 대립하게 마련이지만, 그 말에 동조 또는 비방하는 국민의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직은 정치를 잘 모를 것 같은 여고생의 눈에 비쳐나는 한국정치의 현실이 정치인보다는 이를 견인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문제라는 지적은 그 학생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상당히 폭 넓음에 대한 지식과 견문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고교생이 현실정치에 대해서 정확한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일반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규탄 11차 범국민대회에서는 경북 구미의 중학생이 참가하여 시국선언을 했다는 자체가 일부 학생의 사례라 하더라도 청소년들의 정치 관심 성향을 짚어볼 수가 있다.

지금 나라 안에서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로 발칵 뒤집혀졌다. 대다수 국민은 일부 정치세력들이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반국가활동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특정 세력의 광란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 현대사를 보더라도 대한민국이 이만큼 건재한 데에는 6.25전쟁, 4.19혁명, 민주화운동 등 국민의 피땀 위에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희생이 따랐던 것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국민행복시대’를 내걸고 출발한 새 정부가 국가‧사회적인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함에도 이를 선행(先行)해야 할 정치권은 답보상태니 답답할 노릇이다. 여야는 제 입장만 고수하려고 아등바등한다. 이 시기에 건전한 감시자로서 나서야 할 국민마저 정치권에 편승하여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자기들 주장만 내세우고 있거나 또는 정치에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러니 한 지방 여고생의 글, “섣부른 정보와 판단으로 잘못된 비난을 하거나, 옳은 비판을 하더라도 정치참여로 한 발 나아가지 않는 우리들의 국민의식도 문제”라는 지적은 따끔한 충고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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