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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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3.01.06

 

<35>정주영이 설립한 아산재단

정주영, 현대건설 창립 30주년에

사재 50% 출연해 아산재단 설립

“어려운 이웃 돕는다” 출발 일성

 

‘병·가난’ 고리 끊어내는 의료사업

선진복지사회로 가는 첫걸음 판단

살아생전 재단 직원들에게 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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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출처: 서울아산병원 30년사)

 

아산 정주영 회장은 현대건설에서 벌어들인 재산을 사회복지사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지난 1977년 7월 1일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본인의 사재를 50%를 출연해 아산재단을 설립했다. 

정주영 회장은 출발 일성으로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 동기를 밝히면서 의료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전개했다. 아산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현대적 의료시설이 일부 의과대학 부설병원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던 무의촌지역인 정읍, 보성, 보령, 영덕, 홍천, 강릉, 금강 등 7개 지역에 현대적 시설을 구비한 병원을 1978년부터 1979년까지 개원했다.

영덕 아산병원 개원식에서는 지역병원의 운영 목표를 직접 정주영 회장이 설명하면서 “우리 아산재단의 지역병원은 단순히 주민들의 질병 치료만을 담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지역 내 의료 수준 향상 및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각 지역병원에 최신 의료 장비를 설치했고, 종합병원 규모의 진료과가 개설되면서 실력 있는 의료진이 상주 치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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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2월 23일, 영락보린원을 방문한 정주영 회장. (출처: 서울아산병원 30년사)

◆정주영 “병원 설립,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

따라서 큰 병에 걸리면 서울 소재 대학병원으로 가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통상개념을 깰 정도로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했다. 또한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는 농어촌 벽지에 병원을 건립한 것은 정부는 생각지 못한 일로서 정주영 회장은 “현대가 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함께 잘 살기 위한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한 아산 정주영 회장은 명절이면 복지시설의 아이들을 서울로 초청해 대대적인 잔치를 열었다. 당시 고깔모자를 쓰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정주영 회장을 보며 아이들이 “회장님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즐거워했다.

정주영 회장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돈을 아끼지 마라” “기업에서 돈을 번 것은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고 한 것이다”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정성껏 치료해 줘라” “돈이 없어 현대의학의 혜택을 못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무료 진료를 가능한 한 늘려라” “병이 들어 더 가난해지지 않도록 병을 고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리 표현하면 ‘병과 가난의 고리’를 끊어내는 의료사업은 선진복지사회로 가는 첫걸음으로 판단했다. 

정주영 회장의 이 말은 살아생전 그가 재단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 말이었고 향후 국내에서는 한 세기에 한 번 나올 위대한 자수성가 기업가로서 오늘날도 화젯거리로 남아 있다.

아산병원 중에서 가장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서울아산병원(구 중앙병원)은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에 정주영 회장이 송파구 풍납동에 대규모 부지를 저렴하게 구입했고, 이를 개발했다. 정 회장은 서울아산병원을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하면서 삼성이 건립한 일원동 소재 삼성의료원(세계 43위)과 쌍두마차로서 세계 30위권(국내 1위)에 속하는 병원으로 키워갔다. 그리고 자신이 설립한 울산대학교에 의과대학을 1988년 설립하고, 의료진들 양성에도 애정을 쏟아부었다.

또한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의 우수한 의료교수진과 막대한 첨단시설 및 재원을 근간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통합교과과정, 문제해결 중심의 패러다임인 의학교육 제도를 도입시켰다. 또 소수정예의 교육을 실행함으로써 현재까지 울산의대 졸업생들이 의사국가고시에서 전국 최고의 합격률을 나타내며 명문 의과대학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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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4월 11일, 장학생들을 격려하는 정주영 회장. (출처: 서울아산병원 30년사)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고 2715병상 확보

서울아산병원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명의사를 교수로 초빙했다. 이런 교수들의 치료로 아산병원에서 진료받으면 아주 위급하고 치료가 어려운 병(췌장암 등)을 제외하고 어지간한 병들은 거의 나았다. 완쾌돼 퇴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나자 그 입소문으로 타고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교수들의 가르침을 받은 울산 의과대학 재학생들이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 4년을 수련하면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가 됐다. 

2021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서울아산병원은 병원시설 국내 최고로 2715병상을 확보했고, 일평균 외래환자 수가 1만 3631명이다. 재원 환자 수는 누적 91만 9339명이고 수술 건수는 7만 1844명이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의료의 질적인 면에서 국내를 벗어나서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해 아시아권 국가의 부자들이 병에 걸리면 모두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받아 완쾌돼 퇴원하는 병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따라서 유명 교수의 수술을 받고자 대기자가 차고 넘쳐서 환자들이 1년을 기다려야 수술이 가능할 정도다. 

아산병원의 비전(vision)은 누구에게나 가장 신뢰받는 병원, 소속 근무 직원 모두가 행복하고 긍지를 느끼는 병원, 최적의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 건실한 경영으로 더욱더 성장 발전하는 병원, 창의적 연구와 충실한 교육이 시행되는 병원 등이다. 그리고 불우환자 진료비 전액 지원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제때 적정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에게 진료비를 지원해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직원 봉사활동 적극 지원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갔다. 이러한 직원들의 봉사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봉사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쳐 건전한 사회구조를 창출하는 데 일조했고, 봉사활동을 통한 보람 속에서 직원들에게는 신명 나고 의미심장한 일터로 일굴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국내 의료봉사를 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도왔다.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춘 이동 진료 버스를 이용해 도시 저소득계층, 새터민, 이주노동자, 농어촌 오지마을 등 의료 취약지역을 찾아서 무료 진료를 지속해 시행함으로써 국민의료 복지증진에 크게 기여를 했다. 그리고 해외 의료봉사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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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신관 1층에 마련된 아산기념전시실. (출처: 서울아산병원 30년사)

◆‘해외환자 초청 진료사업’ 꾸준히 시행

아산병원은 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의료 취약지역과 긴급재난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빈민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또 전문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국내로 초청해 완치 후 귀국시키는 ‘해외환자 초청 진료사업’을 꾸준하게 시행했다.

아산은 5가지를 강조하는데 하기와 같다.

1. 나눔과 배려로서 우리의 지식과 기술을 모든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라. 

2. 미래지향적 사고로 진취적인 사고와 불굴의 정신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해 전파하는 선구자가 되며,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배우고 노력하라. 

3. 공동체 중심 사고로 자율성을 바탕으로 ‘나보다 우리’라는 사고로 솔선수범해 팀웍크를 강화하고 효율성을 증대하라. 

4. 정직과 신뢰를 기본으로 하고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스스로 실천해 누구에게나 신뢰받도록 최선을 다하라. 

5. 사실과 성과 중시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검증할 수 있는 사실에 따라 모든 사안을 다루고, 그것이 실질적인 성과로 직결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안전보건 경영방침으로 5가지를 강조한다.

1. 안전 경영추진을 위해 안전보건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실행한다. 

2. 안전보건 법규 및 안전 수칙을 준수해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확보한다. 

3. 재해예방을 위해,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개선한다.

4. 안전 문화 확산을 추진해 내재화를 위해 노력한다. 

5.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제공으로 고객과 직원의 행복을 추구한다. 

끝으로 백수를 누릴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던 아산은 안타깝게도 2001년 3월 21일 서거를 했을 때 온 국민들이 그의 서거를 애도했다. 삼성과 재계 1위를 다툰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운 그의 자택에는 낡은 구두와 빛바랜 양복, 구식 텔레비전이 남아있었다.

국내 재벌그룹 중 아산만큼 검소하게 서민처럼 생활하다 간 자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기에 아산 정주영 회장에 대한 존경심이 국민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 장남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2021년 1~9월 판매기준 503만 2045대 세계 3위 달성)가 더욱 성장해 이른 시일 내로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이기고 세계 1위에 등극할 날을 필자는 고대해 본다.

(정리=유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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