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茫茫) - 나의 詩

홍해리(1939~  )

널 관통하는
총알이 아니라
네 가슴 한복판에 꽂혀
한평생
부르르 떠는
금빛 화살이고 싶다
나의 詩는

[시평]
시를 공부하던 젊은 시절, ‘시’를 생각하면, 마치 하늘 어디에선가 망망의 몸짓으로 떨어지는 듯, 시는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오곤 했다. 삶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절정이듯 다가오는, 그러한 순간들이 조각조각 모이고 모이어 우리의 한 생애를 이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빚어낸 자신의 분신과 같은 ‘시’. 독자에게 그 시는 다만 가슴을 뚫고 관통해 나가는, 그래서 한 순간 뻥 하는 감동만을 주는 그런 시가 아니라, 그 가슴에 박혀 한평생 부르르 떠는, 그리하여 늘 그 가슴 속 빛나는 금빛 화살이고 싶다고 시인은 염원한다.
오늘도 우리들 모두는 그 젊은 시절 우리들 가슴으로 날아와 박혀, 지금까지 부르르 떨고 있을, 그런 시 한 구절쯤 소중히 지니고 살아가고 있나니. 아, 그 빛나던 시절 때로는 남 몰래 열어보며, 반추하고 살아가고 있나니.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