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문고 창립 50주년 마지막 특별전

▲ 화봉문고 창립 50주년 마지막 특별전 ‘한국 민족 신앙의 원형: 무속과 점술의 세계’에서 선보이고 있는 홍철릭(왼쪽)과 아흔아홉 상쇠 방울 (사진제공: 화봉문고)

무속ㆍ점술ㆍ천문서 등 244종
민화풍 채색그림 당사주 70여책 출품
무당 수호신 관련 그림 16점 공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민간 신앙 밑바탕에 자리 잡은 무속 신앙은 우리 민족 신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지만 이런 종교들은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전해 내려온 외래 종교다.

이러한 종교들이 전파되기 전, 이땅에 우리 선조들이 살기 시작한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어 왔던 우리 고유 종교의 모습은 현재 남아 있는 무속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진귀한 고서를 다수 소장하고 있는 (주)화봉문고가 올해 창립 50주년의 해 기념으로 지난 3월부터 시작한 특별전 시리즈 마지막 전시로 ‘한국 민족 신앙의 원형: 무속과 점술의 세계’를 전시 중이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다.

지난 3월 5일부터 8월 31일까지 6개월간 진행된 6개의 전시에는 화봉문고가 32년 동안 수집한 소장품 중 엄선된 자료만을 선정해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출품된 전시품만 해도 총 1972종 3299점에 달하며, 앞으로 전시될 무속과 점술의 세계를 합치면 2216종 3299점의 방대한 수량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모은 소장품을 엄선해 무속과 점술, 그리고 관련 자료인 도교서, 풍수지리서, 천문서(天文書), 역서(曆書), 역학서(易學書)가 선보인다. 민화풍의 대형 무신도와 무당이 입던 무복(巫服)과 무구(巫具) 등이 전시되며, 해학이 넘치는 민화풍 채색그림의 점술책 당사주는 70여 책이나 출품, 공개되고 있다.

무신도(巫神圖)는 무속에서 섬기는 신을 그린 그림으로,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의 노무편(老巫篇)에 언급될 만큼 무신도의 역사는 깊고 오래됐다. 무신도는 종교ㆍ신화ㆍ역사ㆍ예술을 용해한 예술작품으로, 불교ㆍ도교ㆍ신화ㆍ예술ㆍ무속의 문화사적인 융합을 파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료이다.

이번 전시에는 무당들의 수호신격인 고려 말의 명장 ‘최영 장군도’를 비롯해 우리에게 친숙한 칠성신(七星神)과 산신령을 그린 ‘대형무신도’, 액을 막아 주는 ‘창부도(倡夫圖)’, 삼국지의 관우를 그린 ‘관성제군도’ 등 모두 16점이 출품됐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입는 무복(巫服)과 무구(巫具)는 지역과 굿의 성격에 따라 그 용도가 다르다. 대체로 강신무가 주를 이루는 중부와 북부지방에서는 신의 상징하는 무복과 무구가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지만, 세습무가 주를 이루는 남부지방에서는 그 중요도가 덜하다. 무복과 무구는 신을 상징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며, 특히 무복은 더러워지거나 손상이 돼도 빨거나 수선하지 않고 불태우며, 무당이 죽으면 역시 불태우기 때문에 전하는 것이 드물다. 이번 전시에 무복 13점이 한꺼번에 출품, 작두ㆍ칼ㆍ방울 등 굿에 사용되는 중요한 무구들이 다수 공개돼 눈길을 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이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주술의 힘을 빌려 점치는 일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는 성행하고 있다. 미신이나 비과학적인 일로 치부되는 오늘날에도 점을 치는 일은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점술과 관련된 유물로는 점을 치는 ‘점복서’, 삼재(三災)를 막아 주는 ‘부적’, 직접 점을 치는 데 사용한 ‘상아산가지’ 등 다양한 점술도구들이 전시된다. 이외에도 당사주, 도교서적, 풍수지리서, 천문서, 역서, 역학서, 주역 등 다양한 고문서들이 대거 등장한다.

한편 전시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5시에는 6개월 동안 진행됐던 여섯 차례의 전시,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GRAND CLOSING’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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