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문고 창립 50주년 기념 릴레이 다섯 번째展

▲ 유학기(1749~?)의 역과 복시 성적표. 유학기는 23세인 1771년 식년시역과에 7위로 합격했다. 중국어를 전공했으며, 정2품 정헌대부 품계에 올랐다. (사진제공: 화봉문고)

엄선된 궁중 납품 공인문서 10여점 공개
역관 유학기 ‘역’ ‘시험 채점표’ ‘교지’ 등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고문서는 우리 선조의 생활을 가장 실감 나게 엿볼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역사의 보고다. 고문서는 대개 필사된 글씨로 이뤄졌다.

한국의 다양하고 수많은 고문서, 고서 등을 소장한 화봉문고에서 올해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총 6회의 릴레이 전시를 여는 가운데 다섯 번째 전시인 ‘문서와 글씨의 한마당: 고문서, 탁본, 서첩, 글씨’가 오는 31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화봉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동안 화봉문고에서 수집해온 수천여 점의 고문서와 글씨 자료 중에서 엄선된 자료만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한 자료 중의 하나인 ‘공인문기(貢人文記)’가 등장한다. 공인문기는 궁중에 납품하는 공인들의 문서로, 화봉문고 소장본 340여 점 중에서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10여 점을 선정했다.

전시에는 공신들에게 주는 공신녹권부터 관료의 임명장, 전임 관리와 후임자들 사이의 인수인계문서, 궁중에 납품하는 공인(貢人)들의 권리를 사고파는 매매문서, 재산을 나눠주는 분재기, 과거 시험 답안지, 호구단자 등 선조의 생활을 비롯해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고문서가 공개된다.

조선 후기 관청에 물건을 납품하는 공인(貢人)들의 납품 권리는 고가에 매매됐다. 이렇게 공인으로서의 권리를 매매한 문서가 공인문기다. 공인문기는 현재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과 국립중앙도서관 그리고 일본 교토대의 가와이문고 등 세 군데 공공기관에 소장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화봉문고에 소장된 공인문기 등이 소개돼 전시 기획의 의미가 크다.

고문서는 한장 한장이 다 소중하다. 특히 주변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문서가 한꺼번에 보존된 일괄문서의 가치는 특히 높다.

▲ 좌명공신녹권. 1401년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하고 태종이 즉위하는데 큰 공을 세운 신하 47명에게 준 공신녹권이다. 조선왕조의 세 번째 녹권. 그동안 좌명공신녹권은 보물 제1469호로 지정된 마천목녹권이 유일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녹권이 발굴되면서 또 하나의 귀중본이 알려지게 됐다. (사진제공: 화봉문고)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전시에는 면앙정 송순의 아들 송해관의 시양자(성이 다른 양자)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담양부 입안 등 송순 관련 일괄자료, 전라도관찰사 이사명의 대형 증질(增秩, 직급을 높여줌) 교서가 돋보이는 이사명 관련 자료, 역관 유학기의 ‘역’과 ‘시험 채점표’ ‘교지’ 등의 보기 드문 역관 관련 자료, 담양 거주 여근섭의 일괄자료 등이 출품됐다.

또 이외에도 조선 3대 태종이 1403년 공신들에게 내린 좌명공신녹권, 국왕이 내리는 명령문 성격의 교서(敎書), 관료들에게 내리는 교지(敎旨), 군사권을 가진 관찰사, 병마절도사 등이 부임할 때 내리는 유서(諭書) 3종, 전임관료와 후임관료의 인수인계문서인 해유문서(解由文書) 4종 등 크고 상태가 좋은 대형 관문서들이 다수 선보인다.

서첩으로는 신라의 명필 김생, 조선의 명필 안평대군 이용, 한석봉, 그리고 추사 김정희의 일괄자료가 출품됐다. 특히 추사체로 이름 높은 추사에 관련된 작품 30여 점도 공개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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