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고하늘 기자] “조국통일에 대한 문제를 취급한 예술작품은 많지만 한진 작가처럼 이렇게 독특하게 창작한 작품을 내놓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한글문학에 혼을 바친 카자흐스탄 고려인 극작가 한진(1931∼1993)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매우 고통스런 삶을 살아왔지만 그 가운데서도 극작가 한진 선생만큼 복잡다단하고 극적인 삶을 살아온 이가 또 있을까. 그는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전도유망한 청년학도였다. 그런 그가 발길을 돌리고 돌연 디아스포라의 가시밭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한다.

이후 그에게 지어진 고통 곧 돌아갈 수 없는 조국과 영영 만날 수 없는 부모형제는 한진의 일평생 벗어날 수 없는 트라우마의 근원이 된다. 그 아픔은 한진이 창작한 희곡에 미학적으로 승화돼 극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두드렸다.

저자들은 그가 말년에 쓴 희곡 ‘나무를 흔들지 마라’가 오직 한진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조국통일에 대한 독특하고도 통찰력 있는 비전을 담아낸 역작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한진이 이 작품에서 마치 예언자처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는 남과 북의 우리가 궁극적으로 찾아내야 할 해답을 선취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짚어낸다. 이는 동족상잔의 전쟁에 직접 발을 담갔던 한진이 소련에 유학하던 첫해부터 자신을 되돌아보며 평생을 붙들고 다듬어온 구상으로 그가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유산이라고 말이다.

책은 제1부를 통해 한진의 유학시절부터 가정을 꾸리고 벗들과 찍은 사진들부터 주고받았던 편지, 육필 원고, 신문 게재원고 등의 자료를 소개한다. 제2부는 한진의 생애와 문학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도록 기록했다.

조규익·김병학 지음 / 글누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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