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균 (주) 동명에이젼시 대표이사

 

정치권이 한마디로 판을 깨자는 건가. 민주당이 드디어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국민은 김한길 대표가 며칠 전에 국정원문제와 관련해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쟁을 접고 민생과 경제살리기 등에 민주당 앞장서 힘쓰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두고 역시 김 대표는 역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어떻게 며칠 사이에 이렇게도 변했는지 진의가 의심스럽다.

지금 민주당이 서울광장에 천막치고 정부 여당을 성토하는 시위한다고 손뼉 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혹시라도 계산기를 잘못 두들긴 것이 아닌지 재고해 보기 바란다. 물론 장외로 나서는 민주당의 입장에서야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시기에 무엇 때문에 국회를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해 놓고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팽개친 채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는 시작한 후 증인채택과 불출석에 대비한 동행명령서 발부와 고발 등의 선결문제를 놓고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국정조사장에서 막말까지 나와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의 막말에 이골이 난 국민에게 품위 없는 국회의원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 않았는가?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지 않을 거라면 그동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합의한 국정조사는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더욱이 민주당의 장외투쟁 선언에 김 대표가 선봉장을 맡다니 우리 속담에 ‘내다내다 죽을 꾀 낸다’ 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혹시 민주당이 처한 오늘의 곤경을 선명성 논쟁으로 변화시켜 국민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심산인가, 아니면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의 내분문제 해결에 한계를 느낀 김 대표와 당 지도부의 계획된 연출인가. 솔직히 민주당이 갑자기 심경변화를 일으킨 데 대하여 많은 국민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거대 집권 여당답게 국회에서 합의해 국정조사를 시작한 이상 야당의 다소 무리가 있는 요청이 있을지라도 최대한 협조한다는 자세로 국정조사에 임해야 함에도 야당을 궁지로 몰아 정치적 파탄을 초래하도록 방기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정권의 정통성 시비로까지 이어지고, 국정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한 역풍이 불자 마지못해 국정원 국정조사를 수용한 새누리당이 아닌가.

사실 새누당으로서는 국정원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은 없었기에 민주당 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고 국정원 기관보고의 비공개를 주장하면서 3주가량을 허송했다.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는 해외출장,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서울을 떠났다.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야당이 내세우는 조건에는 무관심으로 대처해 국정조사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의 의혹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국정조사에 임하는 무성의한 태도는 국민으로부터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그러므로 야당을 장외투쟁으로 나서게 하는데도 일부의 책임은 새누리당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법에 의해서 마련된 국회의 국정조사를 팽개친 채 여당의 지도부가 해외출장과 지역구 활동을 이유로 원내수석부대표가 새누리당을 대표해 기자간담회를 갖는 태도는 민주당에 대한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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