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회담이 거듭 결렬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도 요원해지고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정치적 논리에 떠밀리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중단된 상봉 행사는 경색된 남북관계와 함께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세월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이산가족 당사자들의 고통과 불안한 마음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이 이별의 한을 풀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북에서 태어나 6.25 전쟁 때 월남한 이산가족은 국내에 70만 명 정도 생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이는 6월 30일까지 12만 882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데 생존자 중 80% 이상이 70세를 넘긴 고령이다. 80세 이상은 50%에 달한다. 수년 내 생존자의 상당수가 북쪽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하는 처지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시급한 이유다.

설령 이산가족 상봉이 조만간 이뤄진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1985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 차원에서 방남, 또는 방북해 상봉한 이산가족은 1만 8천여 명에 불과하다. 전체 이산가족 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이런 속도라면 모든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데 수 백년이 걸릴 것이란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상봉 방식도 문제다. 어렵사리 북한의 가족과 상봉해도 북한 당국의 감시 때문에 진솔하게 회포를 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상봉 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상실감도 매우 크다고 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치적 논리가 개입할수록 당사자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이산가족의 상봉이 물리적,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 생사 확인만이라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산가족 당사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남한과 북한 모두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동족의 목에 칼을 겨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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