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국회특위(위원장 신기남) 처리가 난항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했다고 응하지 않으니까 그 의혹이 계속 확산되어가고 있다. 지난 6월 5일 시민사회단체들의 선언을 시작으로 대학생·교수·농민회·방송인·종교인이 참여한 시국선언은 고등학생까지 참여하게 되었고, 7월 12일에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학생·교수·시민단체 등의 항의가 그치지 않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해법이 없다.

국회 내 특위 처리가 원만하지 않다보니 야당에서 기어코 장외 행동을 선택했다. 지난 7월 14일 국정원 규탄 충청권 당원보고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이제 국정원과 정말로 단절하고 끊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십시오.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가 됩니다. 자꾸 미워하고 거짓말하면 오히려 갈수록 당선 무효까지도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라고 했고, 이 말이 빌미가 되어 여야 간 공방전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 등 초선의원 9명이 15일 성명서를 내고, 이 의원은 “전직 총리까지 지내신 분이 일국의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초선 의원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 했다. 여기에 가세하여 15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당 지도부가 참여한 행사에서 대선무효 협박을 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 ‘당신’ 운운하고, 요즘에 보니까 몇몇 행사에서 야당들이 함께 참여해 대선무효 운운하면서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대통령에게 ‘당신’ 운운이 막말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해찬 의원실에서는 “‘당신’은 상대방이 없을 때 높여 부르는 말이지 막말이 아닙니다”라 반박했고, 민주당 서울시당 대변인은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국어를 가르치면서 정치를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당신’의 용례(用例)는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인 ‘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인 것이다. 문제의 핵심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놔두고서, 나랏말도 모른 채로 말이 안 되는 말로 티격태격하는 작태가 정말 볼품이 없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