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지역 순회 공청회를 한 뒤 정당공천 폐지안을 전당원 투표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역시 8월 안으로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때 여야가 모두 공약했던 것이다. 이를 다시 당내 의견을 물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건 어딘가 궁색해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공천제 폐지 무산 수순을 밟으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동안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가 끼친 폐단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정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해당 지역의 기초의원들에게 막말로 모욕을 주는 모습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공천헌금, 기초의원·단체장의 국회의원 예속화, 지방의회의 중앙정치화 등 정당공천에 따른 폐단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공천권이 특정인에게 휘둘리는 한 공천 비리를 구조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건 누구라도 알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공천폐지 반대론자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공천폐지를 무산시키려 한다. 정당공천을 없애면 지방 토호 세력이 판을 칠 수 있다거나 기존 공천제를 수정 보완하면 된다는 등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 당선 가능성을 이유로 토호 세력에게 공천을 준 사례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또 공천 비리가 왜 끊이지 않았고,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왜 컸는지 묻고 싶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폐지해야 한다. 설령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지금까지의 공천 폐해를 볼 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 문제가 있더라도 정당공천을 일단 폐지한 뒤 문제점을 수정하면 된다. 만일 정당공천 폐지를 당원 투표나 의원총회 의결 형식을 빌려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천 폐지는 선택 이전에 신뢰의 문제다. 공약 불이행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정당이 국민에게 과연 무슨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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