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앞으로 북한이 일방적 공개해도 비난 못해”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새누리당 일각에서 비판론과 자성론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에 맞서 강경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새누리당의 대응 기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화록 공개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북한이 지난 2011년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을 보도한 기사를 링크시켰다. 하 의원은 “당시 북한은 국제사회의 관행을 깨고 남북 비밀 대화 내용을 폭로해 대한민국 및 국제사회를 아연실색케 했고 우리 모두 북한을 대화와 외교의 기본도 모른다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이 지난 2013년 6월 대한민국도 비공개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당사자인 북한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이에 북한은 자기들과 협의 없이 내용을 공개했다고 우리를 비난하고 있다.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하 의원은 “문제는 앞으로다. 이후 북한이 우리와 상의 없이 남북 대화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해도 우리가 그걸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볼 때 한국이 회담 내용을 공개하는 것과 북한이 회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질적으로 다른 행위인가”라고 했다.

하 의원은 “회담 내용 공개에 찬성했던 분들은 우리가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 의원이 소개한 기사는 지난 2011년 6월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이명박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에 걸쳐 개최하자고 제안해왔다”는 취지로 폭로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남측이 돈봉투까지 내놓고 유혹하려다 망신을 당했다는 주장도 실렸다.

하 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공개했다고 한다. 참 기가 찰 노릇”이라며 “국정원이 무슨 명예를 찾나. 국정원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온갖 더러운 일을 다해야 한다. 물론 그들의 활동은 절대 공개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 소속 일부 중진의원들도 대화록 공개를 비판했다. 5선 중진인 정의화 의원은 2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원수이자 군통수권자로서 금도를 벗어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면서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도 국익에 손상을 줄 수도 있는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치권은 이미 과거의 역사가 된 일을 가지고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 소탐대실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하고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출신이자 5선인 남경필 의원도 “대화록 공개가 국익에 부합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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