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진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저항과 갈등 잘 대응해야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1864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새로운 자동차 규제법인 적기조례(Red Flag Act)를 선포했다. 영국에서는 1826년 증기자동차가 개발된 이후 20여 년간은 ‘증기자동차의 황금시대’가 열렸고 그 당시 자동차 속도도 이미 시속 30㎞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에 소외된 마차업자들이 박차고 일어나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고 행사한 압력에 영국 정부가 굴복한 것이다. 자동차의 중량은 12톤으로 제한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반드시 운전사, 기관원, 기수 3명이 있어야 하고 그중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을,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를 전방 60야드(약 55m) 앞에서 안내하도록 했다.

속도는 시내에서는 2마일(3.2㎞), 시외에서는 4마일(6.4㎞) 이하로 달려야 하면서 자동차 운행으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마차의 10배 이상이었다. 이 법이 30년이 지속됐고 1896년에야 폐지됐다. 자연히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쇠퇴하고 그 주도권은 영국에서 1886년에 포드의 가솔린차를 출시한 미국을 비롯해 인근 국가인 프랑스, 독일로 넘어가게 됐다.

또한, 러다이트운동은 1811년부터 1817년까지 영국 직물공장에서 일어난 기계파괴운동이다. N.러드라는 가공의 지도자에 의해 조직적으로 전개된 운동으로 영국 노팅엄을 비롯한 직물공장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는 산업혁명으로 직물공장에 방직기기가 도입되면서 방직근로자의 일자리가 줄고 임금이 줄어드는 것에 저항해서 기계를 파괴하고 기술진보에 저항하는 운동의 시초였다. 적기조례와 러다이트운동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세계의 중심축이 영국에서 미국 등으로 이동한 동인이 됐으며, 또한 악법과 제도, 기득권 등으로 기술진보와 사회적 큰 흐름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국가와 기업 또는 국민이 장차 어떻게 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창의성과 새로운 아이디어, 융합, 과학기술과 정보통신(ICT) 등이 핵심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적용하는 기술과 기존의 법·제도, 일하는 방식 등의 창조적 파괴,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창조적 파괴, 변화와 혁신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영국 산업시대의 마차업이나 방직 근로자들처럼 기득권자나 현상이 유지되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계층은 불평과 불만을 호소하거나 저항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보통신(ICT) 분야의 과거 사례를 보면 디지털 위성방송은 모든 인프라와 기술이 90년대 초에 이미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지만 기존 유선방송사들의 반발, 공보처와 체신부의 부처이기주의, 정보와 언론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그 시행 시기를 10년이 지난 2002년 3월에야 상용 서비스 즉 본방송을 했다. 디지털 위송방송은 Direct TV사가 1994년 중반에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그 이전에만 우리나라가 시행했더라면 세계 최초의 위성방송 시행국가라는 명예를 얻고 현재의 TV나 휴대폰처럼 우리나라의 디지털 위성방송 안테나, 중계기 등은 전 세계를 휩쓸었을 것이다. 또한 IPTV도 세계 최고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방송이냐 통신이냐를 놓고 논쟁하느라 정작 시행 시기는 선진국보다 늦어진 아쉬움이 있다.

현재도 위성방송 신호를 받아 인터넷(IP)망으로 가정까지 전송하는 기술인 DCS 즉, 접시 없는 위성방송 기술과 공동주택 등 건물에 구내통신망을 통해 위성방송을 송수신하는 MDU방식은 위성안테나 설치가 어려운 기존 아파트 등 위성방송 음영지역에도 이용할 수 있는 창조적 기술인데 불구하고 사업범위 이탈 여부 논쟁으로 신규가입이 중단되고 있다.

앞으로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진보와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갈등과 저항을 슬기롭게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잘 대처해야 함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함께 노력해야 하고 재계와 노동계는 물론 온 국민도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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