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 얼굴 조각공원 설립자 정근희 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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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마음 속 역사적 인물 실감나게 만날 수 있어
영구적 보전 가능한 ‘돌’로 조각… 쓰레기통·의자까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이곳이요? 내가 만나고 싶은 역사적 인물을 가장 실감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면 딱 맞겠죠.”

김구와 간디, 아웅산 수지, 예수, 이소룡, 빌게이츠, 엘비스 프레슬리 등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큰바위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충북 음성에 위치한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이다.

이곳을 설립한 정근희(66) 씨는 본래 사업가였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나머지 인생만큼은 돈이 아닌 산교육의 장을 만드는 데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미국 러시모어 바위산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11년간의 준비기간 끝에 지난 2003년 돌 조각상들로 이뤄진 인물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영구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조각 재료는 ‘돌’이라고 생각해요. 조각의 재료는 다양하지만 청동으로 만든 조각상은 부식되기 쉽고, 나무로 만든 것은 불에 타기 쉽잖아요. 그러나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스핑크스 등은 기나긴 역사 속에서 잘 버티고 있고 세계인을 끌어들이고 있죠.”

정 씨의 말처럼 이 공원엔 조각상은 물론 쓰레기통, 관람객이 앉는 의자에 이르기까지 돌 아닌 게 없다.

각 인물상은 높이로 치면 성인 키의 약 두 배가량 된다. 그러나 결코 부분적인 조각을 합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게 정 씨의 말이다. 각각 40톤 정도의 큰 돌덩이 하나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러한 규모의 돌덩이를 국내에서 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그는 중국 푸젠성에 조각예술학교와 공장을 세웠다.

살아 숨 쉬는 듯한 인물상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시간은 10년이 넘고 들어간 돌과 노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마릴린 먼로의 경우 그녀의 상징인 치마를 조각하다 깨지기를 반복, 67번의 시도 끝에 4년 만에 완성됐다. 실패한 수만큼 돌이 들어간 셈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하나하나 완성된 인물상을 국내로 운송하는 과정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힘들게 지금의 공원을 조성했으나 이 공원에는 ‘손으로 만지지 마세요’ ‘파손 시 변상’이라는 푯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역사적 인물과 현존하는 유명인사를 눈으로만 보고 머리로만 스쳐 지나가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고 가슴 속에 담도록 하는 공원을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

“아이들이 인물상의 어깨에 올라타고 기대도 아무 소리 안 해요. 시대와 배경이 다를 뿐이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또 우리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거든요.”

정 씨는 ‘걸어 다니는 인물 사전’이다. 공원에 있는 인물상의 업적 등을 한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줄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조각 인물 선정과정에서부터 정 씨가 직접 참여하고 직접 제작 과정을 진두지휘 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지금 있는 인물상 3000여 점은 정 씨가 3만 명에 대한 수많은 자료 분석과 해외 탐방을 통해 선별했다. 특이한 건 길뿐 아니라 흉에 영향을 끼친 인물도 있다는 것.

그에게 있어 인물상 기준은 역사나 인류 흐름에 영향을 끼쳤는가다. 정 씨는 “그 인물도 그 나라에서는 존경받거나 잘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면서 “누가 보더라도 악한 행동을 했던 인물이라면 이를 보며 거울과 경계로 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다소 독특한(?) 인물상 관점 덕에 이곳은 세계인들이 누구나가 자기 나라의 인물을 볼 수 있는 곳이 됐다. 어느 나라에서 오더라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둘러볼 수 있는 세계인의 공원이 된 셈이다.

현재는 새해 주한 대사관들이 방문하는 코스 중 한 곳이다. 그는 현재 가족과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을 구상하고 자료를 수집할 때에는 그의 가족과 지인들의 우려와 반대도 심했다. 그러나 구상한 것을 현실로 이룬 그의 집념에 지금은 가족들이 누구보다 응원하고 있다고.

그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1500개의 인물상을 다시 채워나가기 위해 전 세계를 순방하고 있다. 1년 중 대부분을 해외 탐방 등을 하며 보낸다. 박근혜 대통령과 월드스타 싸이 조각상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가 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정 씨가 현재 바라는 점이 있다면 좀 더 넓은 부지에 인물상을 전시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조각상이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

관람객이 다음 조각상으로 이동하기까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정 씨는 “이 조각공원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인물상이 이 자리에 놓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큰바위 얼굴을 보고 만지며 마음에 담아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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