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균 글로벌리더십개발원 원장

▲ (사진출처:서재균 원장)

예비군 훈련서 우연히 시작한 헌혈이 29년간 400회
타인 돕는 것 ‘행복’… 봉사 가르치는 학교 설립하고파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거리를 다니다 보면 ‘A, O형 피를 구합니다’ 등 문구를 누구나 보았을 것이다. 이는 수혈용 혈액을 구한다는 광고다. 이 문구를 본 사람은 두 종류의 반응을 보인다.

곧바로 헌혈을 하러 가는 타입과 나의 일이 아니라며 ‘나몰라라’ 하는 타입이다. 이 문구는 평소 내가 헌혈을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헌혈을 몸소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대한적십자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헌혈자수는 2010년 266만 건에서 2011년도는 261만 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수혈 공급 수는 2010년 452만 건에서 2011년 462만 건으로 늘어났다.

보통 수혈용 혈액의 적정 보유량은 5~7일분이다. 하지만 헌혈자가 급감하고 수혈용 혈액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적정보유량에 미치지 못하는 2~3일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 헌혈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많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29년간 400회 헌혈을 해 나눔 사랑을 몸소 실천해 온 사람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로 서재균(58) 글로벌리더십개발원 원장이다.

지난 2월 14일 서울 종로구 헌혈의 집 광화문센터에서 서 원장을 만났다. 이곳은 서 원장이 2주에 한 번씩 헌혈을 하는 장소다. 나눔을 평소 실천하고 있어서인지 서 원장의 표정은 온화해 보였다.

서 원장은 지난 1979년 예비군 훈련장에서 우연히 헌혈을 시작했다. 5회째가 되자 그는 헌혈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

이때부터 서 원장의 모든 삶은 바뀌었다.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내 피를 나누는 것이 곧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상대방에게 깨끗한 피를 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니 술·담배·커피를 모두 끊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모두 좋아졌습니다.”

서 원장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헌혈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특히 헌혈을 수여받은 가족에서 헌혈을 더욱 권장하고 있다.

‘“병원에 몇 번 입원했다’ ‘피를 몇 번 수혈 받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타인의 생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타인에게 다시 사랑을 전해줘야 합니다.”

서 원장이 같은 말을 상대방에게 했을 때 상대방은 “정말 몰랐다. 헌혈에 나도 적극 참여 해야겠다”는 답변을 듣는다고 한다.

이어 서 원장은 장기기증과 헌혈을 비교해 설명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장기기증에 적극 동참합니다. 하지만 헌혈은 장기기증과 차이가 있습니다. 헌혈은 죽음과 동시에 전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혈을 하는 사람은 장기기증을 하는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어 서 원장은 “헌혈을 해서 피를 나눠야 진짜 형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서 원장의 봉사정신은 평소 나누기를 좋아하는 그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어릴 적 서 원장의 집에는 친척들이 자주 방문했다. 그 당시 서 원장의 부모님은 친척들에게 밥을 먹이거나 교통비를 항상 줬다. 서 원장은 이 같은 모습을 모두 생각과 마음에 담았다고 한다.

봉사와 사랑을 나눈 것이 당연시 되다보니 현재 서 원장에게 봉사활동은 삶 그 자체다. 예컨대 서 원장은 근무가 일찍 끝나는 날에는 한 정류장 먼저 내려 이웃 마을을 깨끗이 청소 해주고 있다.

“담배꽁초나 쓰레기 등을 줍는 거죠. 말로만 자녀들에게 인성교육을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 원장의 아내도 서 원장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는지, 하루는 청소할 때 사용하라고 청소용 집게를 사줬다고 한다.

“우리 마을 아이들도 내 자녀지만 이웃마을 아이들도 내 자녀라고 생각합니다. 첫 시작은 쉽지 않지만 막상 해보면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그는 자신에게 ‘행복’이란 타인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의 목적은 행복하기 위함입니다. 행복은 돈을 많이 모으는 것도, 내 가족만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남을 도울 때 행복함을 가장 많이 느낍니다. 요즘 회사에서 불우이웃 돕기를 많이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 원장은 지난 1994년 사회공공부문에서 ‘좋은 아버지’로 선정돼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라이온스 클럽(Liar's Club) 회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평소 시청각 장애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일에 적극 나서서 개안수술과 청각장애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과 영세민 등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주례를 서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서 원장은 봉사단체와 봉사정신을 많이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이웃 나라에 가서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봉사단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습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봉사정신을 가르치는 가장 훌륭한 학교도 설립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정신’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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