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공자는 사람들의 태도에 화가 나 도리어 불만의 화살을 공자와 제자들을 향해 겨눈 자로에게 호통을 쳤다.

“대답이 그것뿐이냐. 만약 어진 사람이 반드시 신임을 얻는다면 어째서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겠느냐. 또 지혜로운 사람이 반드시 사람들에게 억류되지 않는다면 왕자 비간과 같은 사람이 있었겠느냐.”

백이와 숙제는 끝까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군주에 대한 충성을 지킨 의인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비간은 폭군 주(紂)왕의 삼촌으로 주왕이 잔인무도한 폭정을 일삼자 충언을 하고 주왕의 손에 심장이 꺼내져 죽었다.

공자는 자로가 나오고 자공이 들어오자 자로에게 물었던 것을 똑같이 자공에게도 물었다.

“시에 이르기를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 것이 광야를 헤매고 있구나’ 했는데, 우리의 도가 바로 그런 격인가 싶구나? 내가 여기서 어찌해야 하겠느냐.”

자공이 이내 대답했다.

“선생님의 도가 너무 높아서 천하가 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금만 도를 더 낮추시면 어떻겠습니까.”

공자는 자공의 원대하지 못한 뜻을 꿰뚫고 깨우침을 줬다. 범인보다 도를 더 안다고 해서 도를 닦지 않고 사람들이 포용해주기만을 기다리며 안일한 사람은 진정한 도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솜씨 좋은 농부가 씨를 잘 뿌린다고 잘 수확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솜씨 좋은 기술자가 기술을 잘 발휘한다고 꼭 사람들 뜻을 맞출 수는 없지 않느냐. 군자는 도를 닦아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잘 알고 이치를 통달할 수는 있어도, 반드시 사람들에게 포용되는 것은 아니란다.”

자공이 나가고 안연이 들어오니 공자는 또 똑같이 물었다. 안연의 대답은 앞서 두 제자의 깨닫지 못한 대답으로 답답하게 했던 공자의 마음을 시원케 했다.

안연은 사람들의 용납과 관계없이 크고 원대한 도는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용납되지 않은 연후에야 도리어 군자임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도를 닦지 못함은 나의 부끄러움이 되겠으나, 도를 크게 닦았는데도 써 주지 않음은 임금들의 부끄러움(잘못)이 되지 않겠습니까. 용납되지 않음을 어찌 근심하십니까. 용납되지 않은 연후라야 군자임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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