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최종 확정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권고안에는 장관의 경찰지휘규칙을 제정하고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제청 및 징계 요구 등까지 가능하도록 한 내용도 담겼다. ⓒ천지일보 2022.6.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최종 확정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권고안에는 장관의 경찰지휘규칙을 제정하고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제청 및 징계 요구 등까지 가능하도록 한 내용도 담겼다. ⓒ천지일보 2022.6.21

행안부 ‘경찰 통제방안’ 발표

경찰 인사·감찰·징계에 개입

경찰권 통제 두고 대립 격화

 

“검수완박에 경찰 권한 커져”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침해”

‘국민 중심 경찰’ 추진 방침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행정안전부가 외청인 경찰청에 대한 직접 통제에 나서기로 하면서 경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오는 9월부터 시행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권한이 집중될 경찰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각과 ‘경찰 독립성과 법치주의에 대한 훼손’이라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행안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알면서도 경찰청이 행안부 소속인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경찰 내부에선 법적 대응과 장관 탄핵까지 언급하면서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검수완박 이전에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경찰의 권한이 상당히 커진 반면 통제는 약화됐다”며 “과거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고 법무부의 통제를 받은 사례가 있는 만큼, 이제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의한 통제가 사라지는데도 경찰이 아무런 통제도 안 받겠다는 건 맞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찰이 우려하는 ‘옛날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니냐’는 점은 지나친 기우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경찰 통제의 방식이나 범위·한계”라며 “다만 경찰 수사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나 그러한 내용의 통제는 안 된다. 이를 경찰국의 업무 범위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과거 검찰과 같이 권한이 커진 만큼 경찰 스스로 집중되는 권한에 대한 주변의 우려도 생각해야 하고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오히려 우려가 커졌다는 국민들의 비난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31년 만에 행안부 지휘 아래로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그간 논란이 돼온 일명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 통제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행안부가 경찰청 인사권뿐 아니라 감찰·징계 등 전반적인 기능과 업무를 맡게 되면서 경찰청은 31년 만에 사실상 행안부 지휘 체계로 들어가게 됐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정부조직법상 소속청이 설치된 10개 부처 중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는 소속청 지휘규칙이 제정돼 있지만 행안부와 해양수산부에는 전무한 상태다. 이에 행안부는 경찰청 관련 법령 발의·제안, 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을 맡을 ‘경찰 지원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경찰청장·국가수사본부장뿐 아니라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나 제청자문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경찰 인사에도 개입하게 된다.

특히 경찰 통제조직 설치, 인사 관여와 함께 민감한 부분이던 징계에도 관여하기로 했다. 경찰 자체 감찰을 우선으로 하되 감사원 등의 외부 감사·감찰을 실질화한다는 구상이다. 경찰청장에 대한 징계는 청장 스스로 징계를 요구해야 하는 문제점을 들어 행안부 장관에게 청장 등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징계 요구권도 부여키로 했다.

[서울=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2022.06.09.
[서울=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2022.06.09.

◆국가경찰위 조직 한계점도

자문위는 행안부 내 경찰 지원조직을 신설하고 경찰청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안을 내놨는데 ‘경찰국’ 설치로 여겨지는 이러한 직제 개편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빠져있어 이를 개정하려면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결국 국회를 우회하는 방식을 취하려 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행안부의 이러한 조치는 경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행안부 내 경찰국을 설치하는 방안은 정부조직법에 반하고 절차적으로도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한다”면서 “관련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권한을 강화한다면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훼손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청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는 점 등 그간의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의 정신에 비춰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경찰청 내 국가경찰위원회도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구인 자신들을 거치지 않고 행안부에서 경찰을 통제하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경찰위는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 1991년 경찰법 제정을 통해 설치됐다. 현재 국가경찰위는 위원장에 민변회장을 지낸 김호철 변호사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그간 권한 행사의 실효성이나 업무 범위, 법적 지위와 구성 등에서 당초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도 이어져 왔다. 경찰위원회가 행정이나 지휘하는데 적절한 조직도 아니고 상임위원회도 아닌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국가경찰위 자체에 대한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청이 행안부 소속인 만큼 국가경찰위원회는 폐지를 하거나 대국민 서비스에 있어 문제가 있을 때 도와주도록 조직자체를 자문기구화하고 성격을 바꿔야 한다”며 “그것이 국가 정부조직 체계에도 맞고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행안부는 정부조직법 제7조를 들어 행안부의 경찰청 지휘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정부조직 관리 기준을 보더라도 충분한 업무량이 있을 땐 하부 조직을 두고 운영할 수 있게끔 돼 있다”며 “자문위 권고안을 토대로 국민 중심의 경찰 구현에 도움이 되는 핵심 과제들을 선정하고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들어 과제를 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최종 확정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 주최로 열린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최종 확정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 주최로 열린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2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