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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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52.9% “현장예배 더 좋아”
온라인 예배 집중도도 낮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국내를 넘어서 지구촌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종교계도 타격이 적지 않았다. 온라인 예배가 활성화되면서 생명 같이 여겨지던 현장예배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고, 대면 모임 제한으로 공동체에도 큰 변화가 있었으며 이런 변화들은 성도 개인의 신앙생활과 영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데믹 시대, 온라인 예배 종결이 아닌 온라인 교회 확대가 전망되는 가운데 교계에서는 온라인 교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하게 준비한 온라인 예배의 한계는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이민형 성결대학교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화하는 혹은 답보하는 한국교회와 청년담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개신교인들이 예배와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코로나19가 교인들의 영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3일까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개신교인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와 예배와 영성에 대한 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온라인 예배가 개인의 신앙의 만족감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주일 오전에 교회에 모이는 것이 당연했던 것만큼 온라인으로 옮겨진 신앙이 당연할 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수의 교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절반 이상 교인들(52.9%)은 ‘온라인 예배에 대한 만족도가 현장예배보다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2020년 4월과 12월, 2021년 6월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각각 53.6%, 51.0%, 53.9%가 이와 같이 답했다.

교인들이 온라인 예배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교인들의 답변은 “교회가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예배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81.2%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예배의 긍정적 가능성이 실제 교인들의 삶 속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신앙의 소홀’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도 나왔다.

온라인 예배에 만족하고 있는 응답자들의 경우 방역 안전(30.1%), 시간 절약(26.7%), 디지털 기기 조작 편리성(19.8%) 등을 꼽았다. 이러한 특징들은 현장예배와 달리 온라인 예배만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긴 하나 예배의 본질적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교인들의 수동적인 신앙적 태도도 거론됐다. ‘온라인 예배 참여를 위해 성경책과 찬송가 등 별도로 준비한 것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없다‘는 응답의 비중은 36.7%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교인 수가 3000명 이상의 대형교회의 경우 응답자의 52.6%가 예배를 위해 준비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며 “대형교회와 같이 미디어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경우 굳이 성경책이나 찬송가를 들고 가지 않더라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제공되는 영상과 자막을 통해 편하게 예배를 보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혀진다”고 분석했다.

이는 성도들이 예배에 참여하기보다는, 이른바 시청자의 입장으로 머물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드렸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4.9%는 “그냥 가만히 시청하면서 드렸다”고 답했다. 또 ‘온라인 예배에 온전히 집중했는지,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하며 예배를 드렸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5.1%가 “편안한 자세로 예배를 드렸다”고 했으며 17%가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예배를 드렸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온라인 예배를 소비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라며 ”더욱이 현장예배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러한 습관이 굳어지게 되면 교회가 어떻게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남게 된다”고 말했다. 

학자들 사이에선 엔데믹 이후에도 온라인 종교생활의 일상화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예배를 넘어 ‘온라인 교회’의 출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만큼 온라인의 긍정적 부분을 수용하는 온라인 교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교계가 집중해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온라인 예배라는 시공간의 확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일정 개신교인들의 신앙에는 분명 특별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 본다”며 “온라인 교회에 대한 논의 및 현장예배 재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논찬에 나선 김승환 장신대학교 교수는 “향후 온라인 교회의 등장은 제2의 종교개혁의 가능성을 보인다”며 “개교회 중심주의, 성직 중심주의, 전통과 교리 중심주의를 넘어서 의존적인 신앙에서 자기 주도적인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정과 일상을 중심으로 하는 실제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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