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매각. (출처: 쌍용자동차,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2.12
쌍용자동차 매각. (출처: 쌍용자동차,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DB

쌍용차-에디슨 M&A 불발

에디슨모터스, 인수대금 미납

쌍용차, 계약해제 후 재매각

감사 거절에 ‘상장폐지’ 위기

지난해보다 매각 여건 개선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쌍용자동차가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벌써 3번째 인수자를 찾는 쌍용차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한데, 그 끝에는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 상하이 봉쇄 장기화 등 악재에 침체됐고,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전환으로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쌍용차는 ‘회생’과 ‘청산’의 기로에 놓여있다. 당장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도 놓여 총체적 난국이다. 쌍용차가 청산될 경우 400여개에 달하는 쌍용차 협력사들의 줄파산 우려도 나온다.

쌍용자동차 매각 일지. ⓒ천지일보 2022.4.27
쌍용자동차 매각 일지. ⓒ천지일보 2022.4.27

◆매각에 매각, 또 매각

1954년 하동환자동차 제작소로 출범한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으며, 다시 2010년 인도 마힌드라에 매각됐다. 이후 2020년 6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배권에서 손을 떼면서 그해 6월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이후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투자에 관심을 보여 청신호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투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경영난이 심각해진 쌍용차는 지난해 4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M&A를 추진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올해 1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M&A 투자계약을 체결했지만 에디슨모터스 측의 인수대금 미납으로 무산돼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쌍용차는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이 ‘인가 전 M&A 재추진 신청’ 등을 허가했다”며 다시 매각에 나섰다.

쌍용차 재매각은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올해 10월 15일)을 감안해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Bid)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수의 인수의향자가 있는 점과 절차의 공정성을 고려해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할 인수예정자는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재매각 추진은 제한경쟁입찰 대상자 선정→조건부 인수제안서 접수 및 조건부 인수예정자 선정(5월 중순)→매각공고(5월 하순)→인수제안서 접수 및 최종 인수예정자 선정(6월 말)→투자계약 체결(7월 초)→회생계획안 제출(7월 하순)→관계인집회 및 회생계획안 인가(8월 하순)의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서울회생법원의 재매각 추진 허가 및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 연장 결정은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차 재매각 추진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다수의 인수의향자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재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제공: 쌍용자동차) ⓒ천지일보 2022.1.10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제공: 쌍용자동차) ⓒ천지일보DB

◆인수전, KG·쌍방울 등 4파전

쌍용차 인수전에는 KG그룹,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 이엘비앤티(ELB&T)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각 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4곳은 다음달 4일까지 쌍용차를 대상으로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최종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 통상 예비실사 종료 후 5영업일 이내까지 인수제안서를 접수하는 만큼 5월 중순에 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5월 25일께 쌍용차와 조건부 인수 예정자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을 보면 먼저 KG그룹은 2019년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잡았던 사모펀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KG스틸홀딩스가 대표자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KG그룹은 KG ETS를 매각한 자금 5000억원까지 확보할 예정이어서 자본력에서 다른 인수 후보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KH필룩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쌍방울그룹은 KB증권이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 참여 계획을 철회했지만,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 파빌리온PE는 지난해 전기차업체 이엘비앤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렸었다. 파빌리온PE는 이번에는 금융기관, 자동차 관련 기업과 손을 잡고 쌍용차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 전기차 부품 제조사인 이엘비앤티는 해외 자금 유치를 통해 쌍용차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엘비앤티는 작년 파빌리온PE, 카디널 원 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이엘비엔티는 글로벌 투자자(유럽 투자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쌍용차 인수에 나섰지만 투자 유치가 늦어져 에디슨 컨소시엄에 밀려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 출시 예정인 쌍용자동차 중형 SUV J100 스케치이미지. (제공: 쌍용자동차) ⓒ천지일보DB
6월 말 출시 예정인 쌍용자동차 중형 SUV J100 스케치이미지. (제공: 쌍용자동차) ⓒ천지일보DB

◆6월 J100 출시… 매각 여건 개선

쌍용차는 재매각 여건이 지난해 6월 M&A 절차 당시보다는 개선됐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쌍용차는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고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해 법상 허용되는 기한 내 새로운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여건 개선과 관련해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J100’ 개발 완료 및 6월 말 출시 ▲친환경차 ‘U100’ 내년 하반기 출시 ▲2023년부터 연 3만대 규모 수출 물량 확보 등을 들었다.

또한 쌍용차는 “미출고 물량이 약 1만 3000대에 이르고 있다”며 “반도체 등 부품수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회사 운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강동우 쌍용차 노조 정비지부장, 한상국 쌍용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의 모습. (제공: 쌍용자동차) ⓒ천지일보 2022.4.21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강동우 쌍용차 노조 정비지부장, 한상국 쌍용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의 모습. (제공: 쌍용자동차) ⓒ천지일보 2022.4.21

◆상장폐지 위기에 노사·평택시 협력

쌍용차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한국거래소가 2년 연속 사업보고서 감사의견 거절로 인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쌍용차는 지난 21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쌍용차는 2020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지난 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바 있다. 하지만 개선기간 내 투자자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 등의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함에 따라 2021년 사업연도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쌍용차 노동조합은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청원서와 평택시장 명의의 탄원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쌍용차는 매각 불발 이후 스토킹 호스 방식의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쌍용차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재매각을 진행하면서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쌍용차 5만 소액주주, 협력업체 포함 20만 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상장폐지와 그에 따른 재매각 실패는 쌍용차 파산이라는 끔찍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쌍용차 상장유지는 재매각을 통한 회사 정상화에 있어 절대적 조건이다. 무엇보다 매각이 성공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탄원서를 통해 “쌍용차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투자처와 조속한 시일 내에 매각이 성사돼야 한다”며 “하지만 경쟁력 있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상장유지가 필수기 때문에 쌍용차가 매각을 통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개선기간 연장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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