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검수완박·전장연지하철시위 등

적극 목소리 내는 인권변호사

“검수완박, 서민 짓밟을 수도”

“이준석 전장연 발언, 나쁘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에선 이 사람들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저렇게 살다 죽는 것처럼 취급하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현재의 일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김 변호사는 그 자신도 의료사고로 인해 한쪽 눈을 상실한 시각장애인이면서 동시에 장애인들을 돕는 인권변호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둘러싼 사회 갈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벌어지는 충돌 등 현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의견을 쏟아내는 김 변호사를 본지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만나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檢수사권 박탈-지휘권 복원’이 진짜 개혁”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을 놓고 검찰 등은 검찰이 민생·서민 수사에 손을 대지 못하는 구조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수정이유를 통해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사건을 검사가 수사할 때, 공범이 확인되거나 추가적인 피해사실이 발견되는 등의 경우에는 검사가 직접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는 “기소 주체가 수사까지 장악하는 건 개선해야 하는 게 맞다. 검찰개혁의 총론은 수사·기소 분리”라면서도, 현재의 검수완박 방식은 기득권층만 이득을 보고 서민 피해자는 짓밟는 방식의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김 변호사는 검찰의 1차수사권을 박탈하더라도 ‘수사지휘권’은 복원하는 게 진정한 검찰개혁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봤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의견 합의가 있었으면, 경찰이 1차수사를 전담하되 검찰이 수사지휘를 책임지고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매하게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남기면서 검찰의 역할을 축소할 바에 차라리 검찰의 모든 직접수사를 막더라도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확실하게 부활시켜 감시를 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 사건 중 6% 정도만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민생 피해자 상당수는 국가기관이 아니라는데 다시 이의신청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경찰의 수사-검찰의 지휘로 국가 차원의 시스템에서 작동할 이중장치를 만들어야 서민 피해자가 쉽게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정치인, 여론몰이 대신 책임감 느껴야”

경찰은 4월 25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박 대표 등이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며 고소했다.

전장연과 전장연의 시위를 지지하는 측은 오래전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는데도 지하철 등에선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어떻게든 알리려는 시위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 측은 전장연 시위 방식이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돼 불법적이라고 주장한다. 언론은 지하철 연착으로 시험을 못 봤다는 학생의 사연이나 “내가 쓴 택시비가 얼마인 줄 알아?”라고 소리치는 시민의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선량한 시민을 볼모로 잡은 비문명적 시위”라고 전장연을 비난하기도 했다. 거대 정당의 대표가 전장연을 비판하자, 이에 호응하는 수많은 비난여론이 전장연과 박 대표에게 쏟아졌다.

김 변호사는 “(이 대표의) 이런 발언들이 정말 나쁘다고 본다”며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가 1차원적인 불만 표출에 숨어 본인이 할 일을 안 하게끔 면죄부를 주는 것에 심각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은 이렇게 싸움을 붙여서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몰이를 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됐을 때 이것의 쟁점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실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민원을 내는 사람들을 ‘블레임(blame, 탓)’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모든 시위는 시민의 불편을 감수하고 발생하는 거죠. 본질이 그렇잖아요. ‘누구나 다 편안한 시위’는 ‘사장님도 좋아하는 근로기준법’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죠.”

시위 방식에 둘러싼 논쟁에 대한 김 변호사의 답변이다. 대부분의 시위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는데, 유독 장애인의 시위에 불편함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사회적인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권력관계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김 변호사는 “이제 혐오적인 측면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4

◆해법은 ‘법’에 있다… 필요한 것은 ‘돈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을 그치게 할 해법은 이미 법에 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규정한다”며 “이동권에 차별 없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사회 인프라와 편의시설을 갖추게끔 5년 전도 아니고 15년 전에 법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이 있음에도 정당한 편의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데 있다. 이와 관련 장애인 이동권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판결이 3월에 있었다. 대법원은 소송을 낸 장애인들의 이동 범위 내에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버스에 장착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모든 노선에 탑승설비를 설치하거나, 시외·광역노선에 저상버스를 도입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이동권 투쟁 20년이 넘는 동안 좌절을 거듭하는 장애인들에게 지금 같은 상황을 감내하라고 하는 것은 차라리 날개나 만들어 입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돈’을 쓰는 게 이동권 문제의 최종적 해결 방안이라는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건 일본이건 장애인들이 다 버스 타고 다닌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이 착해서 그런 걸 만든 게 아니다”라며 “문제 제기가 됐을 때 그들은 ‘지적이 맞다. 우리는 다 같이 편한 방식으로 바꾼다’고 의사결정을 하고 돈을 썼기에 그렇게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원 변호사가 지은 책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 (출처: 웅진지식하우스, 교보문고)
김예원 변호사가 지은 책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 (출처: 웅진지식하우스, 교보문고)

◆“한 사람의 ‘온전함’ 회복되는 기적 믿어”

지난해 김 변호사는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라는 책을 한권 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제가 하는 일이 결국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생각하는 일인데,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을 통해 제 생각을 전하고, (이를 통해) 작게나마 전파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책을 썼다”고 밝혔다.

자신의 눈에 관한 얘기를 중학생 때 처음 들었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체감한 김 변호사는 어느덧 법률로써 약자를 돕는 ‘합리적인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는 “사람에게 희망을 보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건데, 사회가 점점 사람에게 희망을 보는 계기들을 없애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하면서도 “기득권에 속하지 않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 서로의 연대를 (어떻게) 독려할지를 고민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언제 이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의 책에서 그 답을 들었다.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사회가 될 때 한 사람의 온전함이 회복되는 기적을 믿으면서 나도 그냥 이 일을 오래 이어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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