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비롯 고검장들 총사퇴
대검 “중재안, 시기만 늦춰”
“마지막까지 부당함 알린다”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에
여론전 적극 가능할지 미지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찰개혁안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직후 김오수 검창총장을 비롯해 검찰 지휘부가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시간만 늦춰졌을 뿐 사실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은 22일 “검찰총장은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 17일 이후 닷새 만이다.
사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김 총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다. 또 중도하차한 15번째 검찰총장이 된다.
김 총장뿐 아니라 이성윤 서울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박성진 대검 차장 등 고검장급 이상 지휘부가 총사퇴를 결의했다. 이성윤 고검장의 경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라 사표 수리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일단 고검장급이 일제히 사표를 내면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검찰 지휘부가 집단으로 사표를 낸 이유는 박 의장의 중재안도 시간만 다를 뿐 결국 검수완박과 다를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검은 지휘부의 사퇴 이후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대검은 이날 공개된 국회의장 중재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의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개혁법안은 4월 중 처리하며,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뒤에 시행하기로 했다. 기존 민주당 안과는 불과 1개월 차이다.
또 검찰은 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서의 직접수사권을 잃는다. 현행 검찰청법 4조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범죄를 규정하는데, 이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검찰의 직접 수사기관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6개의 특별수사부(현재 정식 명칭은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줄인다.
게다가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2대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 역시 폐지하기로 했다.
다른 수사기관의 핵심은 바로 한국형 FBI를 목표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다. 중재안에 따르면 국회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6개월 내에 중수청 입법조치를 완성하고, 1년 내에 발족시키기로 했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된다.
즉 1년 6개월 뒤에 검찰의 수사권 상실은 예정된 셈이다.
김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한 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검찰 만의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여론 총력전을 펼쳤으나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게 됐다.
대검은 “중재안 역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위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마지막까지 법안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 지휘부의 줄사퇴로 검찰이 일사분란하게 여론전을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일선 검사장들 중에서도 사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검찰의 지휘 공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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