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대통령 입장 없는 것 말 안돼”

국정농단·삼성 합병 의혹 등 수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검수완박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했던 현직 부장검사가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정한 뒤 하루 만에 나온 현직 검사의 첫 사의 표명이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1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글을 올려 “대통령께서는 검수완박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장검사는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꿔놓을 만한 정책시도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새로이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 만한 제도개선을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검찰개혁 논란은 결국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 온 원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칼을 그리 쓰는 게 나쁘다고들 비방하면서도 막상 자기가 칼을 잡으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무기로 그 칼을 휘둘러왔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이후 발생할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남겼다. 그는 “수십년이 지나고 경찰이 보다 유능해지고 경찰 수뇌부가 정치적, 경제적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재벌, 권력자, 금융자본 등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면서도 “그 장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제2의 국정원 선거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금융범죄와 권력층의 범죄 등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이후 벌써 1년여간 시행해오면서 사건 처리가 급격히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증거가 산일(흩어져 없어짐)돼 실체 발견이 곤란해져서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경험한 것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수완박을 하면 이런 사건의 지연 처리와 실체 발견 불능 사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장검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등에 참여했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뇌물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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