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소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회담한 이후 사저 밖으로 나와 현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2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소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회담한 이후 사저 밖으로 나와 현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2

대통령 취임식 참석 등 제안

권영세 “화기애애한 분위기”

시민들 반응은 조금씩 달라

[천지일보 대구=이대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과거 국정농단 특별검사와 피의자로서의 악연에 대해 미안한 심경을 전했다. 이번 만남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반감을 해소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윤 당선인은 12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님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대통령님이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또 박 전 대통령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면 참석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동석했던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일종의 악연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당선인께서도 하셨다”라며 “당선인께서 박 전 대통령께서 하신 일에 대한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히 들었다고 박 전 대통령 측에서 함께 배석했던 유영하 변호사가 전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지지자들이 보낸 수십개의 화환도 눈에 띄었다. 사저 건너편에는 강용석 전 의원 등이 운영하는 가로세로 연구소가 ’박근혜 대통령 힘내라‘는 현수막 달아놓기도 했다.

사저 앞에서 만난 김경숙(60대, 여, 대구)씨는 “윤석열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화해를 하고 서로를 품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며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힘들어진 서민을 위한 정책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박진석(60대, 남, 대구)씨는 “박 전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일조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박씨는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을) 용서 한다면 생각이 바뀔수도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근처를 지나가다 사저 구경을 했다는 이화수(31, 남, 대구)씨는 “두 사람의 회동에 큰 관심은 없었고 사람들이 많길래 와 봤다”라며 “대구 지역 청년의 삶이 힘든데 일자리나 애로사항을 청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대구=박준성 기자] TK지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시민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2
[천지일보 대구=박준성 기자] TK지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시민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2

한편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일 당시 수사 외압을 폭로해 좌천 당한 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이끌었다.

이런 악연 때문에 윤 당선인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이후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신경을 써왔다. 이번 만남 역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반감을 해소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다음 달 10일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 권 부위원장은 “취임식 (참석)부분도 윤 당선인께서 정중하게 요청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가능하면 참석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두 분 사이가 뵌 지가 거의 없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만남에서 화기애애한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 정부의 모든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산층과 자영업자를 우리 경제 사회의 허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 사회의 허리가 되는 전통시장에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과거와 같이 유복한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시장에서 가게를 하나 했으면 자식들 대학 공부 시키고 미국 유학까지 보낼 정도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우리 사회에 탄탄한 허리 같았다”면서 “그야말로 대기업 못지 않게 가정에 경제의 기초가 돼 있었고, 한국 경제 사회에 튼튼한 허리가 돼 왔는데 기본적으로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가가치세가 시행되면서 70년대 후반부터 시장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온라인 유통이나 2년 전 코로나로 그야말로 빈사 상태에 있는 전통시장에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직격탄을 맞아서 전시와 다름 없을 정도의 혹독한 세월을 겪게 됐다”라며 “특히 대구는 코로나가 제일 먼저 창궐해서 정신 못 차리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위로했다.

윤 당선인은 대구 동성로를 다시 찾아 “여러분의 압도적인 지지로 한 달 후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며 “28년 전 대구에서 초임 검사로 첫 사회생활을 했고 그 시절 동성로 상권은 엄청 났다. 과거를 재현하고 이 지역 제2의 도약을 제가 반드시 일궈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에 오면 늘 따뜻하게 품어줬고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줬다”면서 “여러분들 덕분에 제가 어려운 과정도 힘든 줄 모르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퇴임하는 순간까지 5년간 직을 수행하면서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과 압도적인 지지, 그리고 저에 대한 기대를 늘 잊지 않고 일하겠다. 감사하다”며 어퍼컷 세레머니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천지일보 2022.4.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천지일보 2022.4.12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