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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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특히 대의제민주주의는 선거제도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에 선거제도는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적인 요소이면서 국민주권의 실현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선거와 관련해 부정으로 얼룩진 역사를 갖고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붕괴된 제1공화국은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시비로 혼란에 휩싸였었다. 부정선거 시비는 제2공화국부터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없었던 경우가 없었다.

부정선거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법치국가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1994년 이전에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 등 개별 선거법이다. 그렇다가 1994년 3월 16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을 제정·시행하면서 통합선거법의 시대를 열었다. 이 선거법은 법률명에도 선거부정방지를 사용함으로써 부정선거를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은 2005년 대폭 개정하면서 공직선거법으로 법률명을 변경했다. 선거법의 명칭을 변경한 것은 21세기 들어오면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부정선거를 예방하거나 방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2000년 오면서 선거부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부정선거 논란이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 제21대 총선과 이번 제20대 대선에서 다시 부정선거 논란이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 같아서 무척 안타깝다.

선거원칙의 하나로 평등선거는 1인 1표라는 수적 평등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인의 투표 가치를 평등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평등선거는 기탁금제도에서 적용된다. 헌법재판소는 정당추천후보자와 무소속후보자의 기탁금에 차등을 둔 것은 정당인과 비정당인 간에 지나치게 차별대우를 하는 것으로 보통·평등선거의 원칙에 반하고, 제11조의 평등조항에도 위배된다.

선거에서 후보에게 기탁금을 부과하는 것은 무분별한 후보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금 예납의 의미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과 부분적으로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에 대한 예납의 의미도 갖는다.

헌법재판소는 기탁금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선거구의 규모 외에도 각 선거가 갖는 특성 등도 참작해야 하고, 같은 종류의 선거에 있어서 각 선거구의 규모에 따라 기탁금의 액수를 다르게 정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기술상으로도 유동적인 선거구의 인구수 등을 매선거 때마다 반영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므로, 입법자가 각종 선거의 기탁금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 평균적인 선거구의 규모 기탁금액이 지나치게 많지 않는 한 이를 위헌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기탁금제도가 후보자난립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기탁금이 현저하게 과다하거나 불합리하게 책정된 것이라면 허용될 수 없다. 과도한 기탁금은 개인에게 현저하게 과다한 부담을 초래하며, 고액 재산의 다과에 의해 공무담임권 행사기회를 비합리적으로 차별해 평등선거에 위배되고 선거에 참여하려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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