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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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이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1987년 개정된 헌법 아래에서 4번째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 문제로 혼란한 상황에서 한국납세자연맹이 제기했던 대통령 특별활동비 내역 문제는 조용히 묻히고 있다. 1심 법원의 일부 공개 판결에 대해 항소함으로써 2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활비 내역은 대통령기록물이 돼 역사가 될 예정이다.

이 사건의 내용은 한국납세자연맹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청와대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특활비에 관한 모든 것이 대통령기록물이 돼 열람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 소송이 시작된 것인데, 1심 판결에 대해 청와대가 항소를 했는데,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에는 5개월이란 시간이 주어진다.

청와대의 버티기에는 대통령기록물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공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간 공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기록물법은 그 목적이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다. 즉 대통령기록물법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위한 것이지 공개할 수 없는 국가안전보장 정보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투명성을 높이고 그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주어진 권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선언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법치국가원리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공공기록물관리법과 함께 공공기관정보공개법이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공공성과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알 권리는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기본권으로 모든 정보원으로부터 일반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래서 알 권리는 의사형성을 위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해 수집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읽을 권리, 들을 권리, 볼 권리를 그 내용으로 한다.

현행 헌법에는 알 권리가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 않으나, 학계의 견해와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알 권리를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제16조 제1항에서 대통령기록물의 공개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란 국가기관의 언행과 문서 등 일체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공개돼야만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기록물법에도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된 비공개의 대상도 있다.

알 권리도 기본권으로서 헌법 제37조에 따라 국가안보,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어떤 기록물도 절대적 비공개는 아니다.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는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재분류를 통해 공개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자유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기록물이 국가안보에 직접 관련된 것이라면 비공개해야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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