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일 진주시장(오른쪽 두번째)이 1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채색화의 흐름’ 기획전시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4
조규일 진주시장(오른쪽 두번째)이 1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채색화의 흐름’ 기획전시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4

고구려·조선·근현대작 소개

시대 아우른 지자체 첫 전시

 

‘참빛 흐르는 고을 진주’ 주제

‘한국 피카소’ 박생광 등 망라

 

“지방 문화향유권 유치 실현”

국립현대미술관 유치도 ‘도전’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이 1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말부터 3개월간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작품을 망라한 ‘한국 채색화의 흐름’ 기획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조규일 시장은 “예로부터 진주는 서부경남 중심지로 특히 문화와 문물, 상업의 중심으로 ‘남진주 북평양’이라고 할 만큼 전통예술의 고장”이라며 “이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한국의 전통회화인 채색화를 도시의 상징 이미지로 만들고자 기획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주 출생작가 박생광 작품을 포함해 국내 유수의 공사립미술관, 박물관의 작품대여와 모든 전시 준비를 마쳤다”며 “‘참 색과 참 빛이 흐르는 고을, 진주’라는 부제를 달고 오는 2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6월 19일까지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진주시와 국립진주박물관이 공동주최하는 ‘한국 채색화의 흐름’은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조선·근현대까지 한국 채색화의 흐름을 소개하는 기획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10점과 현대미술관 11점, 리움미술관 10점, 국립민속박물관, 금성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 등을 포함한 기관·개인소장 등 총 72점을 선보인다.

전시회는 한국 전통미술이 오늘로 이어지면서 어떻게 변화했고 그 과정을 통해 향후 전통회화가 오늘의 우리 문화예술에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를 가늠해보는 자리로 마련된다. 국내 채색화의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들을 망라해 한국미술의 근저를 탐구해보자는 취지다.

또 국공립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중앙과 지역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하나의 실험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국내 채색화 전반을 아우르는 기획전을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기획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내고 박생광-진주에 묻다’ 전시회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조규일 시장(가운데)이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1.6.1
1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내고 박생광-진주에 묻다’ 전시회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조규일 시장(가운데)이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1.6.1

역사와 문화예술의 도시 이미지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과 시립이성자미술관 등 2곳의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는 이번 기획전에서 개천예술제 등 한국미술사의 한 부분을 맡은 역사문화도시 진주가 가진 미술사적 측면도 조명할 계획이다.

기획전에는 고려시대 공민왕의 천산대렵도를 비롯한 김홍도·신윤복의 채색화와 수갑계첩, 호혼례도, 리움 소장의 경기감영도, 십장생도, 이형록의 책가문방도, 일월오봉도가 한자리에 모인다.

또 민간에서 민화로 일월오봉을 그려 사용했던 일월부상도와 채용신의 팔도미인도, 이당 김은호가 그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춘향과 논개 그리고 아랑의 초상이 전시된다.

특히 친일논란이 있던 작품들도 숨기기보다는 정확한 역사전달을 위해 대중에 공개하기로 했다. 친일사전에 제기된 김은호·김기창·장우성 작가의 작품은 미술사적 흐름이므로 전시는 하되 친일 사실을 표기한 상태로 전시할 예정이다.

‘색채화의 거장’ ‘한국의 피카소’로 알려진 진주 출신 박생광 작가의 촉석루, 뒤벼리 등 지역 풍경을 담은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강렬한 색채의 무당, 무녀, 제왕 등의 작품도 전시한다.

박생광 화백의 ‘동해일출도’ (제공: 진주시립미술관) ⓒ천지일보 2020.9.23
박생광 화백의 ‘동해일출도’ (제공: 진주시립미술관) ⓒ천지일보 2020.9.23

이밖에 조석진, 안중식을 이어 이유태, 장우성, 김기창, 성재휴, 박생광, 천경자, 장운상, 박노수, 박래현, 오태학, 이숙자, 오낭자, 이화자, 원문자, 황창배 등 근현대 채색화가들의 작품들이 총망라된다.

이처럼 이번 기획전은 화려한 색채·표현기법·소재·재료를 비교하며 당시 시대상과 함께 작가들의 도전과 성취에 대해 한자리에서 감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조규일 시장은 “이번 기획전은 또다른 중요한 의미도 있다. 바로 대도시 중심에서 벗어난 지방의 문화향유권 유치가 바로 그것”이라며 “남부권 진주에서도 대규모 전시를 쉽게 관람할 수 있고 어린이·청소년들이 교과서에서 보던 유물과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경남에는 공립과 사립을 합쳐 모두 10개의 미술관이 있다. 진주의 경우 이성자 미술관 외에는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현 국립진주박물관 건물을 활용한 이번 기획전을 통해 미래의 국립현대미술관 진주관의 모습을 그려보고, 또 유치 가능성도 한층 높여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획전을 일회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화조와 영모, 기명절지 등 주제와 소재 혹은 한국·중국·일본의 채색화를 비교하는 연구를 바탕으로 진주시를 대표하는 축제로서 전시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규일 진주시장(오른쪽)이 지난 3일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만나 국립진주박물관 이전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1.12.5
조규일 진주시장(오른쪽)이 지난 3일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만나 국립진주박물관 이전과 기획전 개최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1.12.5

앞서 진주시는 이번 기획전 개최를 위해 지난해부터 다각도로 힘을 기울여왔다.

먼저 지난해 10월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촉식을 열었다. 추진위원은 다양한 의견 교환과 채널의 다각화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문화 전문가, 전(前) 문화기관 대표자, 평론·전시기획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12월에 조규일 진주시장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만나 전시회 작품대여 등을 논의하고 박물관 차원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다음달인 1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장과 만나 작품대여·컨설팅 협조와 공동주최 사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현대미술관장은 공동개최와 작품대여 등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같은달 시는 국립진주박물관과 기획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기획전 개최를 위한 공동기획, 작품대여, 전시 관련 컨설팅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진주박물관장은 “한국 전통미술이 오늘로 이어지면서 어떻게 변화했고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를 가늠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획전시 개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진주에서 계획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진주관 등 문화시설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내년 3월 ‘한국 채색화의 흐름’ 기획전 개최 위해 2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실무추진위원회와 위촉식을 열고 있다.ⓒ천지일보 2021.10.30
내년 3월 ‘한국 채색화의 흐름’ 기획전 개최 위해 2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실무추진위원회와 위촉식을 열고 있다.ⓒ천지일보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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