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휘발유 값이 8일 기준 전국 평균 리터당 1853원, 서울은 1927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2022.03.08.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휘발유 값이 8일 기준 전국 평균 리터당 1853원, 서울은 1927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2022.03.08.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환율까지 올라 물가 ‘부채질’

“新정부 물가안정에 더 집중”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에 경기침제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더 가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제+고물가)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경기지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러시아산 석유 공급 우려가 커져 국제유가가 계속 폭등하면서 우리나라 경기와 물가에 점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경제적인 제재를 당해 고립되고 있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약 24년 만에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위기다. 시장에서는 오는 16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23.7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인 7일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내려갔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30달러까지 오른 것은 2008년 7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92.81달러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전쟁이 격화하자 이달 1일 103.41달러로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점점 가파르게 폭등하고 있다.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약 2주일 만에 35%가량 오른 셈이다.

국제유가 폭등으로 인해 국내 휘발유 값도 영향을 받아 계속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일 기준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리터당 1853원, 서울은 1927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 역시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8일 1227.1원에 마감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6월 1일(1237.3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잔뜩 오른 상황에서 환율마저 점점 오르게 될 경우 수입 가격도 오르게 되므로 국내 물가에는 기름을 부은 격이 된다. 이 때문에 국내 물가는 계속 요동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외식물가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지수(2020년 전국 평균=100)는 107.39로 1년 전보다 6.2% 올랐다. 물가 상승세가 이제는 전 품목에 걸쳐 공고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실제 평균 한 끼 가격은 보통 7천원에서 1만원 수준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 4500원, 냉면은 9962원, 비빔밥은 9308원이며, 칼국수는 7962원, 김치찌개 백반은 7154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대표적 점심 서민음식인 자장면은 5769원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기준 대표 외식 품목 중 7개(냉면·짜장면·김치찌개 백반·비빔밥·칼국수·김밥·삼겹살)의 가격이 1년 전 대비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명동의 음식점 메뉴 입간판 모습. 지난해 1월 9000원이었던 냉면은 12월 9731원으로 8.1% 상승했다. 냉면 1그릇에 1만원 시대가 온 것이다. 같은 기간 짜장면은 5346원에서 5692원으로 6.4%, 김치찌개 백반은 6769원에서 7077원으로 4.6%, 비빔밥은 8769원에서 9154원으로 4.4%, 칼국수는 4.2%, 김밥은 2.9%, 삼겹살은 1.9% 상승했다. (출처: 뉴시스)
서울 명동의 음식점 메뉴 입간판 모습 (출처: 뉴시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1%까지 크게 올려 잡았다. 이때만 해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금처럼 본격화되기 전에 잡았던 전망치다. 현재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게 되면서 시장에서는 4% 상승률까지도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이 새롭게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너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크다고 단정해버리면 심리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인플레 우려가 있고 경기 침체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정도로 진단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경기회복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면서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물가를 빨리 잡기 위해 정부와 통화당국이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도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악화됐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좋은 지표는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인데, 고물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 평균 고용률이나 청년 고용률은 10%가 넘고 실업률도 34% 가까이 되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도달한 게 맞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환율도 1250원 가까이 올라 있으므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외환보유고의 현금 비중을 높이고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외 경제 정책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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