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진욱 공수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첫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진욱 공수처장.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DB

조건부이첩 조항 삭제 등

사건사무규칙 개정안 논의

 

‘조사분석 후 입건’ 폐지에

사건조사분석관실도 없애

대신 인권수사연구관 신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사분석 후 입건 제도를 없애는 등의 사건사무규칙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같은 날 관보를 통해 역할이 없어진 사건조사분석관실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4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40여분 동안 1차 수사심의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서 수사심의위가 열린 건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심의위는 공수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처음 열리는 수사심의위에는 김진욱 처장을 비롯해 여운국 차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부 검찰단장을 지냈던 서영득 변호사가 위원장대행을 맡아 진행했다.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회의에서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논란의 소지와 불필요한 오해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입법예고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심도 있게 논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1월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공수처)
김진욱 공수처장이 1월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공수처)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조사분석 후 입건 제도 변경 ▲수사·기소분리사건 결정 제도 도입 ▲조건부이첩 조항 삭제 등이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달 21일 취임 1주년사를 통해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처장이 사건 입건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사건 입건과 관련한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입건 후에는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주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도록 해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최대한 유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공수처는 처장이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 사건을 선별해 입건하는 권한을 내려놓고 다른 수사기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수처에 접수되는 고소·고발 사건은 접수와 동시에 입건 처리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간 공수처는 사건을 접수하면 처장의 지휘 아래 사건조사분석관실의 검토를 거쳐 입건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선별 입건’ 때문에 처장에게 정치적 부담이 이어졌다. 이른바 ‘고발사주’ 관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입건이 대표적 예다.

수사·기소분리사건 결정 제도 도입은 처장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처리키로 결정한 사건에 한해 공소담당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등 처분에 관여하는 것이다.

변경된 제도에 따라 수사·기소분리사건이 아닌 일반사건은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가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추가 조사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 (출처: 뉴시스)

조건부이첩 조항은 한동안 공수처와 검찰의 ‘뜨거운 감자’였다.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 공수처는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검찰이 수사만 하고 기소는 다시 공수처가 판단하겠다고 주장해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공수처는 일단 조건부 이첩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조건부이첩을 명문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이나 향후 사법부의 판단 등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국민이 바라는 공수처의 본래 설립 취지에 맞춰 공수처의 주요 역할과 미션을 정립하고, 인력 및 조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점적으로 추구해야 되는 다양한 수사역량을 강화하는 방안 등 공수처의 주요 현안과 관련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국회에 적극적인 입법 개선안 등을 전달하는 등의 노력도 동시에 기울여줄 것을 촉구한 뒤 조만간 심층적 심의를 위해 추가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천지일보 2021.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천지일보 2021.2.4

이와 관련 공수처는 이날 관보를 통해 새 직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먼저 입건 제도 변경에 따라 역할이 없어진 ‘사건조사분석관실’을 폐지했다. 사건조사분석관을 없애는 대신 공수처는 인권친화적 수사와 적법 절차 준수 등을 담보하기 위해 관련 연구·교육 등을 담당하는 ‘인권수사연구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애초 출범부터 공수처는 인권친화적 수사를 천명했으나, 오히려 기자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통신 사찰 의혹으로 인권친화 강조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아울러 수사·기소 분리 사건 결정 제도 도입에 따라 수사부에 공소 관련 일부 기능을 부여하고, 정책기획관을 기획조정관으로, 정책기획담당관을 기획재정담당관으로 바꾸는 등 일부 행정 지원 부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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