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고렌카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된 집 뒤뜰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03.03.
[키이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고렌카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된 집 뒤뜰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03.03.

한주새 우크라서 100만명 탈출

러, 항구 도시 헤르손 등 포위

사상자 수 양국 주장 엇갈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8일째인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전략 항구 도시 두 곳을 포위한 가운데 도시 곳곳에서 포격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수도 키이우와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에서는 강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현지시간 이날 새벽 3시경에 적어도 4차례의 대형 폭발이 키이우의 밤하늘을 밝히고 목격자들은 이를 영상으로 포착했다. 공격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폭발은 키이우 중앙역 부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도시가 흔들린 지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

유엔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의 수가 이날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이번 세기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생긴 ‘엑소더스(대탈출)’라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대피는 특히 하르키우에서 두드러졌다. 하르키우에서는 떨어지는 포탄과 포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몰려든 주민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기차를 타려고 고군분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계속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침공은 정체성과 방향성이 없다. 마치 길을 잃은 미아”라며 “우크라이나 군인, 국경수비대, 영토방위군, 심지어 농부들까지 매일 러시아 군인들을 포로로 잡고 있는데 러시아 군인들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자신들이 왜 우크라이나에 있는지 (이유를) 모른다’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러시아군의 사기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에서 한 어린이가 우크라이나 서부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에서 한 어린이가 우크라이나 서부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러시아의 고립은 유엔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중 141개국이 압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심화됐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례 없이 많은 39개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의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

애플과 대형 석유회사 엑손모빌, 항공기 제조사 보잉, 자동차 회사 포드 등 미국 기업들도 러시아 시장에서의 탈출에 동참해 모스크바를 재정적, 외교적으로 고립시켰다.

영국 국방부는 아조프해의 대도시인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포위됐다고 밝혔으며 28만 인구의 흑해 조선 도시인 헤르손의 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러시아군이 시의회까지 진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도시인 하르키우를 공격해 건물을 산산조각내고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하르키우 당국은 “지난 하루 동안 최소 2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고리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지하 벙커에서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는 하나로 뭉쳤고 우리는 굳게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가 공개한 동영상과 사진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공격은 하르키우의 5층짜리 지역 경찰 건물 지붕을 날려 꼭대기 층에 불을 질렀으며 정보본부와 대학 건물에도 불을 질렀다. 당국은 주택가 건물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유엔 원자력 감시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번 교전이 우크라이나의 15개 원자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대형 원자력 발전 시설 속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미 1986년 세계 최악의 핵 재앙이 일어난 곳인 체르노빌 발전소를 장악했다.

국가비상대책본부가 2일(현지시간) 오전 8시 10분경 러시아군이 하리코프 경찰청과 국립대학교 건물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며 사진을 게재했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 트위터)
국가비상대책본부가 2일(현지시간) 오전 8시 10분경 러시아군이 하리코프 경찰청과 국립대학교 건물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며 사진을 게재했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 트위터)

러시아는 침공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사상자를 발표하며 500명에 가까운 병력이 사망하고 160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군사 손실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민간인 2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한편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키이우에서 25㎞ 떨어진 곳에서 수백대의 러시아군 탱크와 다른 차량들이 정체된 것으로 보이며 지난 며칠간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전했다. 관리들은 이번 주 초 수도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보였던 호송대는 연료와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방위로 압박을 받는 러시아 정부의 언사는 한층 더 거칠어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에 러시아의 방대한 핵무기에 대해 상기시켰다.

이날 양국은 교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2차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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