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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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논란과 우여곡절 속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만큼이나 경기 외적인 사건사고로 시끄러웠다. 우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21세기 이후 열린 올림픽 중 가장 큰 올림픽 보이콧 물결 논란에 휩싸인 올림픽이다. 중국의 신장 등에서의 인권 탄압, 홍콩과 대만을 향한 억압,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등의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과 다수의 국가가 ‘외교적 보이콧’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참가하되 개폐막식에 국가 원수를 비롯 국가공식 대표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행위다.

그런데 개최국 중국은 개막식에서도 이웃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무례하고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으로 ‘문화 공정’ 논란을 일으키며 우리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고 등장한 조선족 대표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문화공정의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에서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상모돌리기를 하는 모습과 강강수월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또한 문화공정의 시비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중국은 그전에도 같은 결례를 반복한 적이 많았다. 2011년에는 아리랑을 중국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지를 않나 김치, 온돌, 사물놀이 등에 대해 종주권을 주장했다. 그 이전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연변 기무단 여성 100여명이 한복을 입고 아리랑 민요에 장구춤을 선보여 논란을 일으켰고, 그전에는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것을 일으켜 고구려와 발해 등의 역사를 중국지방정부로 편입하는 작업을 했다. 이러한 획책은 최근에도 이어져 2016년 바이두 백과사전에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를 중국사의 나라로 서술하는 작업을 완료했고, 2017년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더군다나 개막식 이후 이어진 쇼트트랙 경기에서도 중국에게 유리한 편파 판정 시비가 연달아 일어나 우리 국민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 그래서 ‘눈뜨고 코베이징 올림픽’이라는 별칭까지 붙기도 했다.

올림픽이 끝나자 중국은 탄소중립 친환경 그린 올림픽을 구현했다고 표방했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우선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최초로 100% 인공 눈에 의존했다. 겨울 가뭄과 기온 상승 때문에 자연 눈이 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공 눈을 만드는 데는 1억명이 하루 먹을 물이 소비된다고 한다. 지구 한쪽에선 먹을 물이 없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올림픽 경기를 위해 그 많은 물이 허비되는 셈이다. 또한 전력 소비도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동계 올림픽의 미래가 어둡다고 지적한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90%가량의 인공 눈으로 경기가 운영됐다. 도대체 무엇이 탄소중립 올림픽이란 말인가.

베이징동계올림픽은 탄소중립 올림픽을 약속했지만, 사실 그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인 셈이다. 동계올림픽이 한 번 열리면 산과 들은 파헤쳐지고 경기장과 관련 시설, 도로와 주차장이 대규모로 건설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망가진 가리왕산처럼 생태계가 파괴되고, 원주민이 쫓겨난다. 한 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생태 파괴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천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선수단과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비행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쩔 것인가. 올림픽 자체가 탄소 대량 방출의 폭력적 이벤트인 것이다.

1990년 이후 거의 모든 올림픽 개최국들이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4년에 ‘환경보호’가 ‘스포츠’와 ‘문화’에 이은 올림픽의 제3 중심이라고 발표했고, 그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 처음으로 ‘녹색 올림픽’을 선언했다. 이후 올림픽 개최국들은 천연 재료로 경기장을 짓거나 청정연료를 이용한 이동 수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는 등 이런저런 방식으로 친환경 올림픽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정도로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네이처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규모를 줄이고, 같은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경기를 개최하고 독립적인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면 올림픽 경기가 좀 더 친환경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한다면 한 번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100% 가짜 눈 위에서 펼쳐지는 가짜 지구촌 축제, 방송 3사에서 하루종일 중계하는 그 시간에 기후위기나 탄소중립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중계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는 어느 평론가의 시니컬한 푸념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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