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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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부정선거가 여전히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 당시 언론이 ‘선수로 뛰었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공정과 상식을 뛰어넘는 문화에서 또다시 3.9 선거를 치른다. 한국민주주의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이 틀림없다. 언론인은 그만큼 사실보도에 신중할 필요가 있게 된다. 섣불리 언론이 ‘정치 편향 주창’ 저널리즘을 펼칠 입장이 아니다. 기사 취재의 엄격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사는 ‘간결한 표현·꼼꼼함·정확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3.9 대선은 벌써 폭로전이 시작된 지 오래고, 야당 윤석열 후보와 문재인 정부 ‘부실 수사’, ‘적폐청산 과정’ 등 해묵은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어, 대선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여당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 그 부인은 ‘과잉의전·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이 문제로 등장하고, 윤석열 후보 부인의 ‘주가조작 사건’까지 폭로전이 계속된다.

이런 난세의 상황일수록 언론은 사실 보도의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현재 윤리강령의 초석이 된 1961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의 신문윤리실천요강에는 “보도는 평론과 엄격히 분리돼야 하며 집필자의 이름을 밝힘이 없이 개인의 의견을 보도에 삽입할 수 없다. 미확인의 사실을 부득이 보도할 때에는 그 미확인임을 명시해야 하며 또 그것을 과대하게 보도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했다.

윤리강령과 그 실천요강 수행에 앞장서야 할 기자협회가 구설수에 올랐다.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KBS노동조합 성명(2월 9일)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 3단체가 KBS부사장 정필모를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추천했다”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2020년 3월 29일)는 “정 전 부사장 추천을 밀어붙인 인사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다. 그는 ‘정필모 추천’ 입장을 고수한다. 더불어시민당은 현업 3단체(한국기자협회, 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에 언론계 몫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제안했다”라고 했다. 권력과 언론단체가 공조를 한 것이다. 이후 민노총 언론노조와 KBS기자협회 등 당시 언론단체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한편 1964년 8월 17일 신문·통신·방송 등 19개사 대표가 기자협회를 창립하고, 그 강령으로 “①조국의 민주 발전과 언론인의 자질 향상 ②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압제와의 투쟁…”을 채택했다. 그런데 기자협회장의 행보가 이상하다. 김동훈 기자협회 회장은 한겨레신문 기자출신이며, 1995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한 뒤 기자협회 한겨레 지회장, 민노총 언론노조 정책실장, 수석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 일련의 논리로 봐도 초심의 강령과는 멀어져 있다. KBS노동조합 성명은 “5년 전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 언론인은 팩트 중심의 사실 보도보다는 이제는 촛불혁명을 완수할 진실보도를 해야 한다며 주창 저널리즘의 당위성을 설파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건 언론이 나팔수, 동원체제 구축밖에 하지 못한다. 많은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최순실 태블릿PC’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태블릿PC는 최순실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그 태블릿PC에는 문서수정 기능이 없었다. 뇌물죄는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된 상태이다. 엉터리 보도, 조사, 재판을 한 것이다. 또한 ‘세월호 7시간’도 언론이 떼거리 오보를 낸 것이다. 그 내용의 기사는 사실보다 가십성 폭로기사로 채웠다. 그 보도로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그 사이 민주노총 언론노조는 그 중앙에 위치했다. 민주노총의 산하 언론노조의 강령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제4조)’ ‘국제 언론노동자 단결(제5조)’ 등을 이야기함으로써 언론이 선전, 선동, 진지전 구축의 도구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언론노조의 강령은 자유주의, 시장경제 헌법 정신에 이탈된 내용이다. 헌법 전문에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규정한다. 이때 언론은 사실을 바탕으로 환경의 감시, 사회제도의 연계 그리고 사회화의 덕목을 강조한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정확한 사실의 전달만 한 것도 없다.

언론은 교환이 정당한지를 따진다. 자유 시장에서 교환은 이념과 코드가 아닌 사실로, 거래가 형성이다. 덧붙이자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언론의 자유와 절차적 정당성은 으뜸 요소이다. 언론은 교환에 걸림돌이 없는 사실과 의견을 분리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건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 선전, 선동, 조직자의 기능과는 전혀 다르다. 더욱이 교환이 발달된 나라에서는 왜곡된 정보를 유통하면 거래가 끊어진다. 노동생산성도 공정한 교환문화에서 향상된다. 민주노총은 지금 헛물을 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조선일보(2월 7일) 인터뷰에 나온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사실이 그렇게까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정말로, 정말로 중요하다. 사실이야말로 시민의 유일한 친구다. 시민이 사실이라는 무기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권력이나 재력으로부터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 만약 시민이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포기한다면 그는 추측의 세계에 투신하겠다고 마음먹는 셈이 된다. 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결심과 다름없다”라고 했다. 또 그는 “참된 사실과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때 권위주의가 시작된다. 사실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마음먹는 냉소주의자는 폭군을 환영하게 된다”라고 했다. 언론은 ‘조국의 민주 발전과 언론인의 자질 향상’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게 된다. 난세일수록 더욱 언론은 사실 전달에 충실할 필요가 있게 된다. 각종 선거는 공정과 상식을 잃은 지 벌써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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