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지난 16일 방송한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통화 녹음파일에는 적잖은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적인 내용이거나 소소한 쟁점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먼저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인식은 상식 밖의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김씨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한마디로 ‘돈을 챙겨주지 않아서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이 아닐뿐더러 용기를 내서 우리 사회에 고발한 피해 여성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다.

성폭력으로 이미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오히려 옹호하는 발언도 상식 밖이다. 심지어 김씨 본인은 물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안희정 편’이라는 발언은 충격적이다. 단순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거나 부적절한 표현 등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저급한 인식의 소유자가 청와대 권력을 장악했을 경우 벌어질 우리 시대의 비극과 여성인권에 대한 폄훼가 어디까지 갈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한국 민주정치의 성숙은커녕 거꾸로 가는 ‘반동’에 가깝다. 이후 김씨가 이 발언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이 사건의 당시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에 다름 아니다.

김건희씨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된 그 이튿날 MBC에서는 방송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해당 유투브 채널이 공개한 내용을 MBC 기자가 추가로 공개했다. 김건희씨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향해 내가 정권을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정말 귀를 의심케 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대통령 후보 부인으로서의 품격에 맞지 않는 발언이며, 더욱이 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김씨의 언론관을 넘어 정치권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문제가 심각하다.

김건희씨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오는 주말쯤 추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대로 지극히 사적인 내용은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부인이 한 발언이라면 공적인 이슈에 대한 것은 공개하는 것이 옳다. 국민은 알고 싶으며, 또 마땅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조국 전 장관 등을 평가한 대목은 이해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박근혜 정권 이후 트라우마가 심한 국민들에게 다시 ‘도사’니 ‘법사’니 하면서 무속인 논란을 키우는 것도 시대착오적 행태다. 관련 선대위 기구를 빨리 해산시킨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은 최대한 자제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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