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21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검찰공화국’이란 오명을 듣던 차에 공수처 출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정치권의 공방전은 수년째 계속됐으며 그 와중에 ‘조국 사태’라는 엄청난 태풍도 만났다. 게다가 공수처를 향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은 예상대로 엄청났으며, 일부 수구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공수처는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개혁의 상징만큼이나 ‘국민의 신뢰’는 공수처의 생명줄이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공수처의 지난 1년은 국민의 신뢰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갓 출범한 공수처에 무슨 그런 큰 기대냐는 지적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국민의 신뢰만큼은 놓치질 않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다소 힘에 부쳐도, 인력과 조직의 미비로 인해 뚜렷한 한계가 있더라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정도를 걸었어야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떠들썩했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아직도 손에 잡히는 결과가 없다. 너무 지지부진하다 보니 공수처 역량에 대한 불신만 키운 건 아닌지 우려할 정도다. 게다가 갑자기 불거진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공수처의 신뢰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기자들을 비롯해 일부 민간인들까지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것은 설사 위법은 아니어도 국민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 남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수처가 그동안 몇 건이나 조회를 했는지 집계조차 못 하고 있다는 소식엔 말문이 막힌다. 이는 공수처가 천명한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공수처를 상대로 특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은 매우 아프게 들린다.

공수처가 오는 21일 첫돌 행사를 외부 인사 초청 없이 비공개로 조촐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지침에 따라 규모 있는 행사는 어렵겠지만, 내부행사 수준으로 최소화 하겠다는 것은 곧 공수처가 처한 아픈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 내놓을 만한 성과가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딱히 할 말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첫돌을 축하하는 것도, 받는 것도 국민 앞에 면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비공개로 조촐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1년 전 성대하게 열렸던 공수처 현판 제막식을 생각하면 지난 1년은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 그러나 첫술에 어찌 배부를 수 있겠는가. 공수처 1년, 그럼에도 축하와 함께 더 큰 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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