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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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도와 화제가 된 중학생 14명 전원이 교육청 표창장을 받았다. 학생들은 지난달 15일 하교하던 중 돌풍에 쏟아진 폐지를 혼자 정리하던 할머니를 발견하고 도왔다. 직접 폐지를 주워 담고 할머니 혼자 리어카를 끌기 힘들어 보이자 함께 밀면서 30분 거리에 있는 고물상까지 동행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할머니를 도와 협동심과 선행을 보여준 부산 중학생들의 선행은 세상에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팍팍한 일상 속에 어린 친구들의 살아있는 양심은 많은 이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중학생들의 조그마한 선행은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닌, 지역 전체가 하나의 거버넌스가 돼 상생하며 적극적인 협력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보여줬다. 그러나 사회 속에는 이러한 양심을 가진 학생들이 있는 것에 반해, 여전히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고 예의, 사회성이 필요한 어린 학생들도 있다.

필자의 한 지인은 최근 초등학교 앞을 거닐다,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과 부딪혔다. 그냥 무심코 앞으로 걸어갔지만,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깨를 부딪쳤던 초등학생은 ‘아이 짜증나, 저, XX놈이’라며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그 지인은 초등학생을 불러, 심각성을 지적하며 조언했고 돌려보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학교 운동장 문은 주말에 굳게 닫혀있고, 친구들과 뛰어놀지도 못하고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초등생들은, 점점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지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초등 시절에 인성 및 예절교육이 우선돼야 하지만, 학교와 가정이 연계한 인성교육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도 초등학생들의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실제 실행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1년 넘게 온라인수업이 생활화되면서 대면으로 지도해야 할 인성 교육은 실행하기 어려워졌고, 친구들과 대면으로 노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통해 온라인 속에서 만나 시간을 보내면서 인성실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초등학생 인성교육은 학교보다 가정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 맞벌이로 바쁜 학부모들이지만, 반복 학습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꾸준한 인성 학습을 집안에서 실행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첫 번째 과제는 자녀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지지다. 마음이 따뜻한 바른 학생으로 성장하기 위해 부모가 감정을 코칭해주고 양질의 도덕적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부족은 입시 위주의 학교문화, 그러한 학업 분위기를 만드는 부모들, 공동체 부재에서 비롯된다. 어른의 말을 무시하고 반감을 가지는 태도는 학생들이 인격적으로 더 성숙하는 인성교육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코로나로 학교에 자주 갈 수 없는 현 상황 속에 부모가 먼저 학생의 잘못을 엄중하게 지도하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 후 학교도 교사가 정의로운 인성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 사제 간의 정을 돈독하게 하고 학생이 학교에 더욱 친밀함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꾸준함과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인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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