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목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 승려가 되기 위해 불도를 닦는 사람 중 약 30%의 행자(行者)가 수행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계 언론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은 최근 ‘조계종 기초교육의 변화와 행자의 퇴사 문제 검토(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 제27집)’를 통해 2011~2020년 퇴사한 행자 수와 원인 등을 분석,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행자 중도 포기자는 2011년 전체 출가자 352명 중 72명(22%), 2012년 304명 중 92명(30%), 2013년 256명 중 20명(8%), 2015년 111명 중 16명(14%), 2016년 178명 중 21명(12%), 2018년 75명 중 8명(11%), 2019년 92명 중 16명(17%), 2020년 70명 중 4명(6%)으로 집계됐다.

집계 과정 중 일부 오류가 있다고 판단한 여덟 기수를 제외하더라도 한 해에 적게는 6%, 많게는 30%의 행자가 출가를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계종 행자로 등록하기 이전 하산한 수까지 합친다면 중도 포기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자현스님은 출가자가 급감한 현실에서 하산 인원까지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출가 홍보를 통해 행자 수를 늘리기보다 더 쉬운 방법은 행자의 이탈을 막는 것”이라며 “입산율을 높일 외부 홍보와 더불어 하산율을 낮출 내부 관리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산 인원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스님은 “승가 내부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비출가자인 행자를 교육 대상이 아닌 사찰에서 허드렛일하는 노동력 제공자로 대하는 것도 큰 원인이어서 행자에 대한 인식 전환과 교육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2016년 조계종 불학연구소의 ‘50기 수계교육 수료자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수계교육 수료자 81명 중 84%(67명)가 출가 포기를 고민했고, 응답자 가운데 57%(38명)가 강압적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스님은 종단 차원에서 독립된 ‘행자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자현스님은 “조계종 차원에서 독립된 행자원이 설립돼 행자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것이 단일계단의 취지에도 맞고 종단에 대한 공동체 의식도 고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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