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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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전분열이나 자중지란은 패망한 나라의 역사가 지닌 교훈이다. 최근 국민의 힘 내홍을 보면 여론조사에 힘입어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고 자리다툼으로 사분오열된 듯한 인상이다.

젊은 당대표가 윤 후보의 패싱에 불만, 철없이 잠적했다 급히 찾아간 윤 후보와 갈등을 봉합한 제스처를 보였지만 언제 또 균열이 올지 모른다. 합의 결과도 참신하지 못해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 같은 현상은 후보의 리더십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

한 집안으로 치면 가장이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못하면서 어떻게 천하를 평정할 수 있겠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윤 후보가 여론에 밀려 이리 끌려가고 저리 끌려가는 듯한 처신도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야당 후보 민심 잡기 순회에도 곳곳에서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 충청지역의 청년 모임에는 후보가 1시간씩이나 늦게 도착해 참석한 청년들이 실망했다고 한다. 도대체 윤 후보의 시간관념이 느슨하다.

또 지방순회 때 지역 언론의 취재를 배제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과거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의 전철을 밟고 있는 인상이다. 과잉경호로 친윤 유튜버들의 출입까지 저지해 불평이 빗발치고 있다. 선대본부가 아군적군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도 후보에게 따끔하게 충고해 주는 측근이나 진정한 충신이 없는 것인가. 이런 측근이 없다면 윤 후보는 매우 외로운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소통이 안 되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각에서 검찰총장 시절의 몸에 밴 경직 마인드를 걱정하는 시각이 있었는데 전혀 시정되지 않은 것인지. 한 메이저 신문의 칼럼에서 이 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것을 봤다. 만약 이런 자세로 대통령이 된들 소통이 어렵고, 과거 박근혜 정부 때와 다를 것이 뭐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 후보의 조직은 수직적 구조가 아니다. 수평구조가 아닐 때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지금 여당 이재명 후보를 보면 이런 퍼스낼리티(personality)가 다분하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 등을 비판한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제주도당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당원자격 정지 8개월’이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교수는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의 복지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 출신이다. 자신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독선적 논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후보의 정책에 절대 복종하고 무조건 아첨하는 발언을 해야 한다면 이는 민주정부가 아니다. 오히려 조선 유교사회보다 언로 보장이 안 되는 것이다. 신하들이 침묵하면 오히려 궁금해 하고 바른 비판을 구했던 조선 임금들의 덕목을 상기해야 한다.

또 민주당이 삼고초려 했다는 선대본부장 영입 1호 여성의 과거 혼외자 문제가 드러나 사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려던 의도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선례처럼 민주당 선대본부의 사전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이 후보는 완성도 높은 정책 개발을 하지 못하고 발표한 공약을 주워 담기 바쁘다. 야당의 공약을 지지하고 협조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싱크탱크들이 없고 선대본부가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야 각 당이 혼란을 떨치고 새로운 자세를 보여 줬으면 한다. 지적 인재풀을 최대한 가동, 국민들에게 와 닿는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할 때 표심이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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