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6일 경기도청 브리핑 룸에서 임진각평화누리에서 판문점까지 달리는 첨단 ‘평화 모노레일’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3.6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지일보DB

사장보다 힘셌던 기획본부장

사장, 임기 못 채운 채 사퇴

대리 맡아 대장동 추진 의혹

TF통해 대장동 틀 짠 정황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본래 사장을 갈아 치우고 자신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시절부터 TF를 조직해 대장동 사업의 틀을 구성했다.”

이는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선 인물인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주장들이다. 민간 사업자가 무제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대장동 사업을 설계해 실제 사업 참가자들이 투자금의 1000배가 넘는 이익을 얻게 만든 장본인으로 꼽히는 유 전 본부장. 과연 그의 힘은 얼마나 막강했을까.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 뜰’은 최근 3년간 전체 주주에게 5903억원을 배당했다. 이 가운데 4040억원이 민간기업인 화천대유와 관계회사인 천화동인 1~7호에 돌아갔다. 이 모든 것을 구상하고 진두지휘한 것으로 유 전 본부장이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가지고 있던 힘이 막강했기에 당시 사업 추진이 가능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는 유 전 본부장이 TF를 운영했던 것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관리책임’ 문제는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사장 갈아치웠다” 말 나와

일각에선 유 전 본부장이 상급자인 황무성 당시 성남도시공사 초대 사장에 대해 ‘사장’ 호칭까지 빼며 “저 사람은 내가 내보낸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3년 9월 취임한 황 전 사장이 임기(3년)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15년 3월 물러난 배경에는 유 전 본부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을 내쫓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황 전 사장 퇴임 이후 “내가 황 사장을 쫓아냈다”며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는 말도 나온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2014년 4월 30일 ‘대장동 도시개발추진위원회(추진위)’ 녹음파일에 따르면,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는 대장동 원주민을 상대로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공사 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에서 물러나 이재명 시장 캠프에 몸을 담고 있었다. 남 변호사는 주민에게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유 전 본부장이 공사 사장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황 전 사장이 임명된 지 반 년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씨의 변호를 맡은 김국일 변호사가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씨의 변호를 맡은 김국일 변호사가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3

◆인사채용에 있어서도 ‘권한 막강’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공사의 실세라는 것은 성남도시공사 부서 신설과 채용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성남의 뜰’을 선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전략사업팀 신설을 입안했다.

이어 전략사업팀 운영은 물론 인사채용에 있어서도 유 전 본부장의 권한이 막강했다는 당시 내부인사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황 전 사장이 재직할 당시였지만 부하직원이었던 유 전 본부장의 전횡을 막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유 전 본부장은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일한 적 있는 김민걸 회계사를 전략사업팀장으로 신규 채용했다. 또한 남욱 변호사의 대학교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를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임용했다.

2015년 3월 황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유 전 본부장은 사장 직무대리에 올라섰고, 보름 뒤 화천대유가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 선정됐다. 유 전 본부장은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는 데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 수사부장)은 지난 18일 황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출석 당시 황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이 실세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분 다 아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지원TF 운영… 개발사업 준비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것과 관련해 2011년 만든 TF에서부터 밑그림을 그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맡았던 2011년 8월 공단 내 기술지원TF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유 전 본부장은 해당 TF와 관련해 성남시의회에서 ‘안전진단’ 업무를 맡고 있다고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 준비 업무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2012년 시설관리공단 기술지원TF 일일업무일지’에 따르면 기술지원TF 업무의 상당부분은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해당 문서는 한 건도 정식 공문서로 등록되지 않았다.

일일업무일지를 보면 ‘위례신도시 사업추진 관련 자료보완(2012년 2월1일)’, ‘대장동 추진방안 작성-각 방안별 사업손익 산출(2012년 4월3일)’, ‘대장동 사업추진 일정표 작성(2012년 4월9일)’ ‘시장님 기자회견문 검토-대장동 및 1공단 결합개발·재개발(2012년 7월5일)’ 등이 있었다. 기술지원TF는 성남시의회 등 관리감독을 피한 채 막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개발 사업을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 전 본부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기술지원TF의 핵심 멤버들은 지난 2014년 1월 출범한 성남도시개발공사로 이직해 2015년 이후 추진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지원TF에서 단장을 맡았던 유모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을 맡았다. 팀장인 이모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팀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장동 개발 주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술지원TF의 대장동 담당이었던 한모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팀에서도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뉴시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기획본부장 독단적으로 인사 전횡”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초기부터 공단 인사권을 휘둘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입사 3개월 만에 20차례나 인사를 단행했으며, 인사권이 이사장에게 넘어간 뒤에도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2월 20일 열린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새누리당 소속 박완정 시의원이 “그동안 기획본부장이 독단적으로 인사를 전횡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는 걸 인정하느냐”고 묻자 “그렇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박 시의원이 “그간 기획본부장의 잘못된 인사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받았습니다”라고 시인했다.

앞서 지난 2011년 7월 15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179회 본회의에선 새누리당 소속 유근주 시의원이 “이사장 부하인 기획본부장(유 전 본부장)이 인사권을 가진 상황으로, 이사장은 직원을 뽑거나 인사이동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인사기획안에 보면 이사장 결재란 자체가 없도록 빼버렸을 정도”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음대 나온 분이 어떻게?” 채용 의문도

유 전 본부장의 성남시설관리공단 채용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모대학 성악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유통·통신회사에서 일했다. 휴대폰 임가공 및 부품 제조·개발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고 이후엔 모건축회사에서 영업 기획을 맡았다.

시설관리공단 업무와의 연관성이라면 2008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솔 5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으로 일했던 것과 2010년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회장을 지낸 것이 전부다. 이와 관련해선 이미 성남시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10년 10월 성남시의회 제173회 도시건설위원회·행정기획위원회 회의에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한 의원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종전에 하시던 일과 앞으로 맡아서 해야 할 업무가 연계성이 있다고 생각하나”고 질의했고, 또 다른 의원은 “음대 나온 분이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는지와 본인의 이력이 시설관리공단의 업무와 일치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임원 인사규정 중 기타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며 “(시장) 인수위원회에 도시건설위원회 간사로 있었는데 분당리모델링 연합회 활동 등을 보고 선발한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